또 금리인하..실물 공포 완화될까

2008-11-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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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은 실물경기의 급속한 하강을 막고 여전히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금리인하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시장 붕괴 가능성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불안은 글로별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어서 한은의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한은 "경기 상황 심각"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강한 톤으로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금리인하 이유에 대해 ▲수출.내수부진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성장의 하향 위험이 큰 데다 ▲부동산 거래 위축과 함께 가격 하락 움직임이 있고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물과 금융 모두 심각하다는 것이 금통위의 분석이다. 금통위가 경기상황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 총재도 이날 금통회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수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나라인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내수도 별로 좋지 않고 수출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이서 성장률이 상당히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연초에는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했는데, 이제는 신흥시장국으로 나가는 수출도 둔화되고 있으며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상품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특히 한은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경기와 관련,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이 통화정책의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참고하는 중요한 정보"라면서 "최근에 한은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하는데는 부동산가격이 최근에 하락세를 보인다든가, 거래가 매우 부진한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 기업현장에서는 부도공포 확산
기업현장에서는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업체가 최근 부도위기에 직면했다가 간신히 모면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또 다른 중견 그룹은 조만간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가계대출은 10월말 현재 385조원에 이르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235조6천억원이나 된다. 가계가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빈발할 경우 부동산 가격이 붕괴되면서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도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6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3.15달러 내린 56.21달러로 마감했다.

   각국이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는 것도 한은의 금리인하에 기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은 3.25%로 조정했다. 또 영국은 3.0%, 스위스는 2.0%, 체코는 2.75%로 각각 낮췄다. 미국은 사상 최저 수준인 1%로, 일본은행은 0.3%로 각각 조정했다.

  
◇ 왜 0.50%P 아닌 0.25%P 선택했나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한은이 0.25%포인트를 선택한 것은 시장의 흐름을 차분히 관찰하면서 조심스럽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원래 중앙은행은 아무리 급해도 0.25%씩 서서히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발표한 조치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채 금리를 마구 내리면 실물경제 곳곳에 거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 27일 파격적으로 0.75%포인트 내린 것은 충격요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기준금리를 0.50% 내릴 경우 앞으로 사용할 `카드'가 소진되는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3.0% 아래로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0.50%포인트 내리면 추가 인하 여력은 0.75%포인트 밖에 안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기침체 국면에서 사용할 `카드'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번에 금리를 0.50% 포인트 내리면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경제주체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은이 0.25%포인트를 선택한 이유중의 하나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12월에도 금리인하 가능성 높아
한은은 12월에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상승 압력의 변화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경기의 과도한 위축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금리를 또 내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물가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하반기에는 3%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12월에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도 "시장이 크게 삐걱거린다면 큰 폭의 추가 인하가 나을 수 있는데, 지금은 시장이 조금씩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며 "0.50%포인트를 내리면 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0.25%포인트 인하를 선택한 만큼 12월에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대응, 통화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금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요인들을 감안할 때 12월에도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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