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수재 혐의로 지난 5일 남중수 전 사장이 구속되면서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KT가 앞으로 어떠한 행보를 보일 지 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남중수 전 사장이 지난 5일 납품업체들로부터 3억 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직원들의 사기저하 뿐 아니라, 국민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아울러 통신업계는 인터넷전화, 메가TV 등 시장개편이 진행중인데다 SK텔레콤이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남 전 사장의 구속은 KT의 위기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통신 1위 자리를 지켜온 KT는 이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SK텔레콤에 추월을 당한 상태이며, 매출 규모면에서도 불과 140억원(올 3분기 기준)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KT 올 3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9135억원, 영업이익 3294억원, 분기순이익 161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매출 2조8995억원, 영업이익 5041억원, 분기순이익 3336억원을 올려, 영업이익의 차이는 거의 2000억원에 육박했고, 분기순이익도 2배 이상이다.
올 누적 실적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매출은 KT가 8조9095억원으로 8조6678억원인 SK텔레콤에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1조301억원 대 1조5910억원으로 차이가 5000억원이 넘는다.
순이익도 4760억원 대 1조145억원으로 크게 차이나 비할 바가 아니다.
더 큰 악재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 전화(VoIP) 번호이동의 시행으로 KT의 주력상품인 유선전화 가입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매출 감소세는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때 KT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유선전화 매출은 매년 줄어 이제 매출비중이 33%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대내적인 경영실적악화 뿐 아니라, KT는 이번 남 전 사장의 구속으로 대외적인 면에서도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해온 KTF와의 합병은 이미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IPTV사업 역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려워졌다.
우즈베키스탄의 와이브로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외사업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손잡은 SK브로드밴드와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LG데이콤 및 LG파워콤의 공세도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KT는 이번 남 전 사장의 구속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문제지만, 지난 1981년 창사이후 쌓아온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가 더 무거운 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KT는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남중수 전 사장이 구속되어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진 점은 악재중의 악재”라고 말했다.
박재붕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