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파고 우려

2008-11-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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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이 한국의 대미 수출 및 투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경기 침체로 보호주의 압력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5일 코트라와 한국무역협회는 오바마 당선이 단기적인 정치적 영향을 제외하면 한국의 주요 산업별로 미국 수출과 투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히려 미국의 경기침체 정도가 한국경제에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코트라가 선거 직전 미국 현지 학계, 업계 및 미국진출 한국기업 관계자 등 60여 명을 대상으로 긴급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미국에서 오바마가 당선되면 최근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극복과 노동, 환경 기준 강화를 구실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 美 보호주의 압력 거세질 듯 = 무역협회는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보호주의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불황에 직면한 미국 기업들의 반덤핑 제소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반덤핑 판정 건수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후보시절 보호주의적 색채를 드러냈고 2007년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가가 수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환율을 조작할 경우 상계관세를 부과토록 하는 공정통화법을 발의한 만큼 환율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보다는 기존에 체결된 협정,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대한 이행을 강조하며, 협정 위반에 대해서는 WTO 제소 등을 통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례로 부시 정부에서는 WTO 제소 건수가 연평균 3건에 불과했지만 민주당인 클린턴 정부에서는 연평균 17건에 달했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크로웰 모닝의 대표 변호사 브라이언 펙은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캠페인 기간 보호무역 색채를 띠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초기 각료들이 비교적 실용주의적인 인사들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돼 급진적인 보호정책은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로리다 주립대의 이봉수 석좌교수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 중산층을 보호하고 미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에 제동을 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공화당과의 정책공조 필요성, 미국의 자유무역 리더로서의 역할과 미국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집권 초기의 보호무역주의 색채는 점차 퇴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중국 화해정책을 반대했지만 재임기간 NAFTA를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미중 관계 정상화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지원한 바 있다.

   ◇ 에너지.IT '맑음'..자동차.철강 '흐림' = 오바마 당선이 한국의 전반적인 미국 수출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에너지와 IT(정보기술) 부문의 전망이 밝은 반면 자동차와 철강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IT, 전력기자재, 재생에너지 분야는 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산업지원이 늘어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관련기업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전미 지역에 차세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통신케이블 업체들은 전력시설 확충에 따라 전력기자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강조하는 오바마의 공약대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영구화하고 미국 전지역에 차세대 브로드밴드 설치한다면 이것 역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 의회를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에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연장안이 포함돼 있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시 정부가 바이오 에탄올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서 오바마 정부는 대형버스나 트럭에 주로 사용돼 공공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바이오 디젤에도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바이오 디젤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미국 바이오 디젤 연구소나 관련 기업과 협력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전체 바이오디젤 생산량의 25%를 생산하는 리뉴어블 에너지 그룹의 제프 스트로벅 회장은 "오바마 당선자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고 바이오디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은 이러한 동향을 파악해 미국 연구소 및 관련기업과 협력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철강, 섬유산업은 한국 기업에 그리 우호적인 여건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가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수립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미국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빅3에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한국의 부품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가 후보시절 한미FTA 비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자동차 분야를 언급했던 만큼 자동차 수출이 통상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오바마 정부에서 금융과 자동차 분야가 가장 강력한 지원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자동차산업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생산량을 늘려갈 때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GM-크라이슬러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이 불가피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부품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부품업체들의 입지도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산업 평론가 스티븐 발라스는 "미국 내 자동차판매 감소와 금융위기에 따른 자동차론 부실 등 미국 자동차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과 섬유산업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외국산 제품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인식되는 산업이다. 이 분야의 보호무역 타깃은 중국산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우리나라 제품의 미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미국 철강제조협회(SMA)는 현재 한국과의 철강무역은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어 향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한국산 철강 수입량은 미국 총 수입량의 10% 정도이며, 철강과 관련해 발동중인 190여 개의 수입규제 중에서 약 10%가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다.

   이에 대해 한국의 철강업체 D사는 "철강산업에서 대미 교역관계의 최대 이슈는 반덤핑이며 오바마 정부에서 반덤핑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섬유업체들 역시 오바마 집권 초기에는 미국 섬유제조업체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호무역주의로 흘러갈 것이지만 집권 중반기가 되면 대정부 협상력이 뛰어난 월마트나 백화점연합회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노동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 "보호무역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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