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양안(중국과 대만) 회담이 4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렸다. 59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부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에 공동대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양안 관계 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친(親)중국정책을 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삼으며 '경제회생'을 공약으로 당선된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양안간 훈풍이 불기 시작한 이래 지지율이 추락해가고 야당인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 분리독립주의자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 침체로 대만 실업률은 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물가는 오르는 반면 실질 경상임금은 줄어들었다.
학계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경기가 호전되려면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기대에 못 미치는 신정부, 노력의 효과는 언제쯤?
지난 3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회복을 주장한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당선됐다.
민진당 정부의 무기력한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및 교류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것이 정권교체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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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타이베이의 101 빌딩. |
마잉주 총통은 선거공약으로 수년 전부터 회자된 '양안 공동시장'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회생'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양안간 경제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신정부의 출범으로 대만 경제 도약에 대한 대내외적 기대가 크지만 전반적인 세계 경제 둔화의 악재와 양안 간 경제 교류 강화 정책 등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일궈내지 못하는 등 올 한 해 경제성장률은 4.3%로 예상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95년 이래 최고치에 달하는 3.74%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질 임금 소득은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내수시장의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 달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바로 뒤를 이어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25bp포인트 낮춰 기존의 3.25%에서 3.0%로 조정했다.
대만 중앙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세계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조치적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고 이 같은 금리인하 조치는 30일 오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해 가권지수를 5.52% 끌어올렸다.
대만 증시는 아시아의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연초대비 50% 이상 하락(10월30일 기준)한 수준이다.
하지만 9년 만에 양안대화를 재개한 중국과 대만 양국 정부 협상단이 금융거래와 관련한 규제 완화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하여 11월4일 현재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124.40 포인트 오른 4995.06으로 장을 마쳤다.
애널리스트들은 가권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가 양국 협상단들이 운송, 금융 협력과 관련해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하고 만약 세부적인 합의사항이 나오지 않는다면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많은 전문가 및 관료들은 금번 금융위기처럼 대만 경제가 순식간에 처참한 상황으로 치닫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6.25%를 기록한 뒤 4분기에 이르기도 전에 대만의 실업률이 크게 늘어났던 점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효과가 국경 없이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현재로서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내년 하반기에 하락세가 잦아들고 안정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며 대다수 기업들은 2010년에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회복세가 급여 등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호전되려면 201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최소 3년간은 급여 생활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 경기침체 가속화로 실업률 3년래 최대
지난달 25일 타이베이에서는 60만 명이 참가한 마잉주 정권 집권 이래 최대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사진: 지난달 25일 마잉주 정권의 경제정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
마 총통의 경제 무능과 친중 정책을 반대하며 하야를 요구한 이 날 대규모 시위는 주요 야당인 민진당 주도로 열렸지만 최근의 불안한 경제에 불만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 9월말 현재 대만의 1년 이상 장기 실업자 수가 6만6000명으로 늘어 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 하락으로 인해 2002년에 최대 10만 명으로 급증했었던 장기 실업자 수는 2007년 4만 여명으로 4.03%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연 경제성장률 6%,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실업률 3% 이하의 이른바 '633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마잉주 정권이 들어선 뒤 장기 실업률은 9월 4.27%끼지 치솟았다.
6개월~1년 이하 실업자는 8만 명, 6개월 이상 실업자는 총 15만 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만 명 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8월 한 달 동안 5.26%, 1~8월 평균 실업률은 4.61%로 197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1~8월 평균 취업인구는 1040만 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하는데 그쳐 최근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대만 중앙은행은 최근 대만의 이례적인 실업률 증가가 경기침체로 가는 신호로 파악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세계 경제 침체로 경영난에 빠지는 대만 중소기업이 날로 늘어나며 실업자 수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이달 내로 4만 개의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만 경제건설위원회는 "올해 실업률은 3.91%로 끌어내릴 것이며 2012년까지는 공약대로 3% 이하를 달성하겠다"면서 중단기 취업 촉진 조치를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양안관계 개선이 돌파구 될까?
대만 국민들의 마잉주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고 대만 내부에서 '반(反)중국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중국 정부 대표단이 타이베이를 방문했다.
사진: 제2차 양안회담을 위해 대만을 방문한 천윈린 해협회 회장(오른쪽)이 장빙쿤 해기회 이사장과 3일 타이베이 위안산 호텔 로비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중국과 대만의 협상창구인 천윈린(陳雲林) 회장을 대표로 한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대표단과 장빙쿤(江丙坤) 이사장이 이끄는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는 4일부터 7일까지 제2차 양안회담을 갖고 양안 관계에 대해 협의한다.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회담이 열리는 만큼 금번 회담의 의제 및 결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측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공동 대처하고 경제 협력 및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후 양안 화물 전세기 운항과 해상 직항로 개설, 우편물 직통, 식품안전 협력 등 4개 협정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특히 양안간 무역대금 결제수단을 미국 달러화 대신 양안 통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양안의 정부 및 은행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개최하는데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2차 회담은 이미 10월초부터 양안 접경지대에 제한적으로 시행되온 소삼통(小三通 : 통항·통상·통신) 채널을 넘어 대삼통(大三通), 즉 '전면적인 삼통'에 대해 논의하는 본격적인 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949년 국공내전 이후 59년 만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맞은 대만은 '친중국'과 '반중국' 여론이 뒤엉키며 시끄러운 분위기다.
이 같은 대만내 분위기를 감안하여 중국의 천회장과 대만의 장 이사장은 정치문제나 대만의 국내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자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 총통 역시 6일로 예정되어 있는 천 회장과의 면담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회담을 통한 양안 관계에 대한 기대로 증시가 금융주를 필두로 오름세를 보이는 만큼 양안 긴장 관계가 완화되는 추세가 본격화되면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안의 산업간 분업구조 역시 그 균형에 따라 대만의 수출입 성장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들어 중국의 투자환경이 악화된 반면 대만 정부는 대중국 및 대대만 투자 제한을 개방함으로서 상대적으로 양안 경제 관계가 균형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대대만 투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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