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LA코리아타운 고아돕기 전시회를 마치고 모처럼 칩거 중인 죽전선생 화실을 찾았다.
인천시 서구 심곡동 선생의 화실을 들어서는 순간 첫 느낌은 투박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옛 다(茶)방과 같은 정취였다.
여느 동양화 화실과 마찬가지로 붓과 화선지 등 문방사우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지만 유독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초대형 공작 깃털 붓이었다.
죽선선생은 닭, 꿩, 공작, 학 등 수 백가지 새들의 깃털을 이용하여 붓을 만들어 사용했다.
초대형 공작 깃털 붓은 길이가 무려 1m90cm에 무게만 25kg, 가격은 무려 3000만원이나 한다.
이 초대형 붓으로 그린 작품에는 동양화의 정적인 아름다움에 역동적이고 기세등등한 혼을 불어 넣었다. 독수리, 용 작품은 세상을 호령하는 용사의 기상을 느껴지는 반면 새, 물고기, 닭. 고향집, 철쭉 등은 한없이 정겹고 아스라한 추억이 묻어난다.
뿐만 아니라 죽전선생의 작품세계에는 ‘무소유’의 철학이 담겨있다.
죽전선생은 늘 절제된 최소한의 붓놀림으로 대상의 형상과 혼을 담으려고 한다. 간단명료한 선만 바라보고 있어도 혼이 충만 한 듯 작품은 작가의 ‘무소유’ 정신이 깃든 새 생명이 꿈틀거린다.
죽전선생은 “있는 모습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려야 하고, 눈으로 그리지 않고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노력 한다”라고 덧붙였다.
“使人生爲藝, 즉 매일 매일의 삶 자체가 곧 예술이 되도록 살겠다”는 것이 죽전선생의 인생관이다.
창작 몰두에 獨娛(독오, 혼자 느끼는 즐거움)가 있으니 어찌 그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겠는가. 명예 출세에 목 메이지 않고 선비의 길을 걸어온 예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하나에서 아홉까지를 모두 이뤄야 열 번째를 배울 수 있다는 기다림의 미학과 힘껏 치는 종소리가 멀리 간다는 죽전 선생의 정진 자세에서 미술계의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구정기자kujung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