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붓을 휘두르며 선비의 풍류를 꿈꾸다

2008-11-03 14:44
  • 글자크기 설정
‘한국 미술계의 살아있는 전설’ 죽전 구석고(59.竹田 具石高)화백은 오늘도 대형 깃털 붓을 휘두르며 동양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있다.

본지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LA코리아타운 고아돕기 전시회를 마치고 모처럼 칩거 중인 죽전선생 화실을 찾았다.

인천시 서구 심곡동 선생의 화실을 들어서는 순간 첫 느낌은 투박하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옛 다(茶)방과 같은 정취였다.

여느 동양화 화실과 마찬가지로 붓과 화선지 등 문방사우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지만 유독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초대형 공작 깃털 붓이었다.

죽선선생은 닭, 꿩, 공작, 학 등 수 백가지 새들의 깃털을 이용하여 붓을 만들어 사용했다.

초대형 공작 깃털 붓은 길이가 무려 1m90cm에 무게만 25kg, 가격은 무려 3000만원이나 한다.

이 초대형 붓으로 그린 작품에는 동양화의 정적인 아름다움에 역동적이고 기세등등한 혼을 불어 넣었다. 독수리, 용 작품은 세상을 호령하는 용사의 기상을 느껴지는 반면 새, 물고기, 닭. 고향집, 철쭉 등은 한없이 정겹고 아스라한 추억이 묻어난다.

뿐만 아니라 죽전선생의 작품세계에는 ‘무소유’의 철학이 담겨있다.

죽전선생은 늘 절제된 최소한의 붓놀림으로 대상의 형상과 혼을 담으려고 한다. 간단명료한 선만 바라보고 있어도 혼이 충만 한 듯 작품은 작가의 ‘무소유’ 정신이 깃든 새 생명이 꿈틀거린다.

죽전선생은 “있는 모습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려야 하고, 눈으로 그리지 않고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노력 한다”라고 덧붙였다.

“使人生爲藝, 즉 매일 매일의 삶 자체가 곧 예술이 되도록 살겠다”는 것이 죽전선생의 인생관이다.

창작 몰두에 獨娛(독오, 혼자 느끼는 즐거움)가 있으니 어찌 그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겠는가. 명예 출세에 목 메이지 않고 선비의 길을 걸어온 예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하나에서 아홉까지를 모두 이뤄야 열 번째를 배울 수 있다는 기다림의 미학과 힘껏 치는 종소리가 멀리 간다는 죽전 선생의 정진 자세에서 미술계의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구정기자kujung97@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