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부터 주요 인터넷사이트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으로 도입을 의무화하는 아이핀(i-Pin)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이용이 가능해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이핀이란 '인터넷개인식별번호(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만든 용어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해 본인임을 확인 받을 수 있는 사이버 신원 확인번호를 말한다.
문제는 이들 모듈이 모두 MS의 인터넷 자료 배포 툴인 액티브X로 제작돼 MS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설치가 가능한 것.
뿐만 아니라 발급 과정 중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도 액티브X를 이용하도록 제작돼 있어 역시 IE가 아니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파이어폭스와 사파리, 오페라, 구글크롬 등 MS가 아닌 타사 웹브라우저 이용자는 원천적으로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없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웹접근성 및 이용자 가치보다는 업체 편의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 풍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인터넷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핀 도입을 의무화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무신경한 행정이 이 같은 풍토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S 웹브라우저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웹브라우저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시장 상황 또한 MS에 치우친 제품만을 개발한 데 따른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핀 발급 업무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아이핀의 웹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당장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 편익과 특정 업체 편향 문제 등을 고려해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인터넷사업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지 않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을 개정, 내달 입법예고를 거쳐 내달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루 평균 이용자수 5만명 이상인 인터넷포털과 1만명 이상의 인터넷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이외에도 아이핀과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인증 등 가입방법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