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용위기 여파 '얕지만 길다'

2008-11-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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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미칠 여파가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때보다 강하지는 않겠지만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가 부도 위기가 고조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침체로 아시아 경제 역시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亞 수출 전망 '먹구름'...외환위기와 달라=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환위기 사태에는 아시아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에 대한 수요가 강했지만 신용위기 사태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만큼 외환위기 당시와는 기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3일 분석했다.

외환위기 당시 미국은 IT 붐에 힘입은 막대한 유동성과 소비를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의 수출품을 사들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이 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의 회생을 위한 발판 역할을 맡았다. 90년대 말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했던 것도 아시아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사진: 미국발 신용위기가 아시아 경제에 미칠 여파가 깊지는 않지만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상하이 전경.

이에 따라 97년부터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었지만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출 성장과 함께 아시아 주요국이 빠른 회복에 나서면서 2000년 한국과 태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5%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수조달러의 자산 가치가 사라진 최근 신용위기 사태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내년 1% 미만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며 유럽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같은 선진 경제의 부진은 아시아 수출업체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홍콩 소재 중국제조업협회(CMA)의 에디 리 부대표는 "(수출 악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내수 전망도 어두워...亞경제 부진 길어질 듯=수출뿐 아니라 내수 역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수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통화가치마저 떨어지면서 결국 내수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ING의 팀 콘던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위기 여파는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경제의 체질이 강화되고 펀더멘털이 견고해지면서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이는 다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를 선두로 아시아가 원유, 곡물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주력 수출품들의 소비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등 이머징마켓 경제 전반의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공개하고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을 늘리는 등 경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부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되고 있는 등 전반적인 성장 둔화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아시아 회장은 "바닷물이 빠지면 암석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지난 7~8년 동안의 고성장 이후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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