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미칠 여파가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때보다 강하지는 않겠지만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가 부도 위기가 고조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침체로 아시아 경제 역시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亞 수출 전망 '먹구름'...외환위기와 달라=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환위기 사태에는 아시아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에 대한 수요가 강했지만 신용위기 사태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만큼 외환위기 당시와는 기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3일 분석했다.
외환위기 당시 미국은 IT 붐에 힘입은 막대한 유동성과 소비를 바탕으로 아시아 지역의 수출품을 사들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이 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의 회생을 위한 발판 역할을 맡았다. 90년대 말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락했던 것도 아시아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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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발 신용위기가 아시아 경제에 미칠 여파가 깊지는 않지만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상하이 전경. |
이에 따라 97년부터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었지만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출 성장과 함께 아시아 주요국이 빠른 회복에 나서면서 2000년 한국과 태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5%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수조달러의 자산 가치가 사라진 최근 신용위기 사태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내년 1% 미만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며 유럽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같은 선진 경제의 부진은 아시아 수출업체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홍콩 소재 중국제조업협회(CMA)의 에디 리 부대표는 "(수출 악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내수 전망도 어두워...亞경제 부진 길어질 듯=수출뿐 아니라 내수 역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수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통화가치마저 떨어지면서 결국 내수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ING의 팀 콘던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위기 여파는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경제의 체질이 강화되고 펀더멘털이 견고해지면서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이는 다시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를 선두로 아시아가 원유, 곡물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주력 수출품들의 소비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등 이머징마켓 경제 전반의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공개하고 인프라스트럭처 지출을 늘리는 등 경제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부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심화되고 있는 등 전반적인 성장 둔화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모간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아시아 회장은 "바닷물이 빠지면 암석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지난 7~8년 동안의 고성장 이후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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