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한은 스왑계약 '내 덕' 공방

2009-01-03 19:27
  • 글자크기 설정

정부가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국제 공조체제 내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대내외적으로 알렸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계약을 이끌어 낸 두 주체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번 성과를 자기 공으로 돌리기 위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재정부는 협상을 성사시키는 데 있어서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재정부 관계자들의 끈질긴 노력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 장관이 국제 금융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신제윤 차관보가 협상 파트너인 크레이 라우리 미 재무부 차관보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논의를 진전시킨 것이 협상 타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기자실을 찾은 강 장관도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자신이 주장한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논리가 설득력을 가진 것 같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그러나 한은 측은 이번 스왑 체결 당사자는 양국의 중앙은행인 FRB와 한은이며 재정부는 보조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재정부는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정부 측 실무 담당자인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통화스왑 규모가 300억달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신경전은 언론 발표 시점을 놓고도 이어졌다. 재정부는 29일 언론에 통화스왑 체결이 확정적이라는 사실을 흘리며 한은의 심기를 건드렸고 한은도 이날 오전 8시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재정부 브리핑보다 2시간 빠른 6시30분에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하면서 맞받아쳤다.

이번 미국과의 통화스왑 계약은 가능성 '제로'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재정부와 한은 양측에 모두 박수를 쳐줄 일이다. 또 양측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부와 한은의 긴밀한 협조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려진 밥상에서 숟가락을 먼저 들려는 조급함과 이기심은 버려야 한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