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이유

2009-01-03 20:20
  • 글자크기 설정

정책은 보통 수도꼭지 틀기에 비유한다. 샤워장에서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운날 샤워를 하러 가면 땀 난 몸을 식히려고 자기도 모르게 꼭지를 냉수로 확돌려 찬물을 뒤집어 쓴다. 하지만  갑자기 쏱아지는 냉수 폭탄을 맞고 정신이 번쩍 든 뒤에는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물쪽으로 허둥지둥 샤워꼭지를 비튼다. 결국 뜨거운 맛을 보거나 화상에 가까운 열기를 느끼고 나서야 세심하게 물온도를 맞춘다.
추운날에는 더웠던 날들의 기억을 싹 잊어버리고 똑 같이 반대의 행동을 한다. 그래서 루즈벨트 같은 탁월한 대통령도 "샤워꼭지를 이리 저리 비틀어 대는 바보같은 공무원들때문에 나라 망한다"고 푸념했을까 .  

정책은 철저하게 타이밍 싸움인데 지금의 상황은 감독의 사인과 선수교체가 너무 엇갈리고 있다. 불이 났는데 초기진화를 위해 물대포를 작렬시켜야 할 시점에 찔끔찔끔 끄는 시늉만 하다가 불바다가 된뒤에야 총력전을 벌이지 않나 남들은 큰일 났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수단방법을 다 동원하는데 번져오는 불길을 보면서도 우리집은 아직 불길이 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호들갑이냐는 식의 "팔짱 정책"을 고집하다가 동네사람들이 불길을 맞아 혼비백산 국가적인 난리를 겪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의 불을 끄는 우리 모습이 꼭 이런 식이다. 수도꼭지를 왼쪽으로 돌려야 할때 가만있고 오른쪽으로 돌려야 할때는 왼쪽으로 돌리고 불길이 올라오는데도 경제의 기초타령만 하고 안심하라는것은 무지인지 베짱인지 참 한심할 지경이다. 감독도 코치도 선수도 모두 수준이하다. 

이런 상황속에 날마다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보는 시민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그래서 지금은 10년전 외환위기 상황보다 더 느낌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선 당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만이 외환위기를 겪었을 뿐 미국이나 유럽등은 아무문제가 없어서 곧바로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신속한 회복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앙지가 미국이고 전세계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어서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단을 외부에서 찾을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하나는 당시처럼 금융정책분야의 탁월한 감독과 코치가 없다는 것이다. 재경부장관, 한국은행총재, 금융위원장의 정책숙련도나
팀웤은 물론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쉽도 이전과 현저하게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외부환경과 내부적 리더쉽 부족은 외환보유고 2천억달러 이상을 갖고 있다는 안심숫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심리적으로 믿음이 깨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게 사람에 대한 평가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수를 교체해야 하고 동원되는 수단도
앞뒤를 재기보다는 경악할정도의 물량공세로 불길을 잡아야 한다. 금융행위 전반에 대한 정부의 무제한 보증과 재정의 과감한 투입등이  후속조치로 신속하게 나와줘야 할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고 떠내려 보내면 언제 다시 이전의 옥토를 찾을지 기약이 없다.  

김경한 편집국장 justin-747@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