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주요국의 고강도 시장 안정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는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용위기 사태의 시발점인 부동산시장에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엔의 초강세가 지속되는 등 자본시장의 요동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부동산시장의 안정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美 재무부 지역은행 우선주 매입...증시 약세=2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지역은행에 대한 우선주를 매입하고 기업어음(CP)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뉴욕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200포인트가 넘게 하락해 8175.77을 기록했다. 나스닥과 S&P500지수 역시 각각 3% 내외의 낙폭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 재무부는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을 비롯해 15개 지역은행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34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연준은 '기업어음매입기금(CPFF)' 설립을 통해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서는 강도 높은 안정책을 이어갔지만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위기 사태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미국 주택가격, 40% 빠진다"=최근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해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이 대공황 이후 최대폭인 40%의 낙폭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2010년까지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내놓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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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이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그는 "앞으로 주택가격이 16% 추가 하락할 것"이라면서 "2010년까지 누적 하락률은 4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이 맞는다면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공황 이후 최대폭이 된다.
루비니 교수는 "5000만 가구가 모기지를 통해 주택을 구입했으며 이중 2100만 가구의 주택가격이 모기지를 통해 받은 대출액보다 낮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전세계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면서 "향후 2년 동안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베스코의 다이앤 가닉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사람들은 밤에 잠을 잘 때마다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부동산지표인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미국 20대 도시의 집값은 지난 7월 16.3% 하락했다. 9월들어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값 하락 역시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P/케이스-쉴러 지수는 작년 1월 이후 하락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英 부동산도 5년 동안 약세 지속=문제는 집값 하락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주도로 유럽 역시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더욱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CEBR)은 지난해 고점을 찎었던 영국 주택 가격이 2013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고점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BR은 내년에만 주택가격이 25% 하락할 것이라면서 250만여채의 주택가치가 매입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0년에는 영국 부동산 가격이 보합권에서 움직일 것이며 2001년부터 2012년까지 2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CEBR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감안할 때 신용위기를 비롯해 실물경제의 회복 역시 늦춰질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자가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다시 가구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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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집값이 40%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영국 최대 주택대부은행인 네이션와이드의 그레이엄 빌 최고경영자(CEO) 역시 "2010년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바닥찾기 주장도...9월 신규주택판매 2.7% 증가=한편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이 서서히 바닥을 찾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주택판매가 예상 밖의 큰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상무부는 이날 9월 신규주택판매가 전월의 연율 45만2000채에서 46만4000채로 2.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인 46만채를 웃도는 것이다. 특히 주택재고가 39만4000채로 전월대비 7.3% 급감하면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전년동월에 비해서는 25.4% 감소한 것으로 지난 1963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의 급락세를 계속해서 이어졌다. 9월 미국의 중간주택가격은 21만8400달러를 기록해 9.1% 하락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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