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1만명이 넘는 '백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시아·태평양권 국가들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부의 비중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가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와 공동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부자 보고서 2008'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하고 100만달러(한화 약 12억)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고액순자산보유자, HNWI)은 국내에 11만80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6년 대비 18.9% 증가한 것으로 세계 평균(6.0%)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며 증가율로는 인도(22.7%), 중국(20.3%), 브라질(19.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이들이 보유한 총 자산은 3200억 달러로 전년보다 18.1% 늘었고, 1인당 평균 순자산은 320만 달러로 조사대상 9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국내 '백만장자'들은 부동산에 40%를 투자해 아태지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주식에는 20%를 투자했다.
장재호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GWM) 한국 본부장은 "주식비중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자산 비중이 부동산에 치중돼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한편 아태지역 부의 성장세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아태지역 HNWI는 전년대비 8.7% 늘어난 280만 명으로 전세계 HNWI의 27.8%를 차지했다.
총 자산은 9조5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12.5% 증가했고 일본과 중국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액 순자산보유자(Ultra-HNWI)는 세계 평균 증가율 8.8%를 크게 앞선 16.4%로 집계됐다.
이남우 글로벌리서치본부 전무는 "아태지역에서 고액자산가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부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지역의 HNWI는 자산배분수단으로 채권(25%)과 현금 및 예금(21%)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비중은 20%로 전년보다 9%포인트 줄었지만 주식 비중은 26%로 2%포인트 늘었다.
특히 이들은 자산의 53%를 모국이 포함된 아태지역에 투자하고 있어 세계 평균 20%를 크게 앞섰다.
국내 HNWI의 아태지역 투자 비중은 60%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다.
장 본부장은 "아시아태평양 HNWI들은 예금과 채권 비중이 높고 역내 투자를 선호하는 등 자산배분의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며 "작년말부터 나타난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발달로 아태지역 고액자산가가 꾸준히 증가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무는 "당분간 금융시장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자산매각과 디레버리지(차입축소) 과정을 거치면서 공포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 벨류에이션이 싸다고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시기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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