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이 고강도의 구제금융 조치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증시가 사상 최대폭으로 오른 가운데 외환시장과 상품시장 역시 신용폭풍 사태가 최악은 지났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지속한 엔화 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 주요 중앙은행들이 달러의 무제한 공급 조치를 발표하고 유럽 주요국들이 1조3000억유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증시가 폭등한 것이 엔 약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01.375엔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0.695엔(0.6903%) 상승한 것이다.
각국이 고강도 구제금융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뉴욕 증시가 폭등함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확산 관측이 대두된 결과다.
오후 3시23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1.375엔으로 0.695엔(0.690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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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과 유럽의 강도 높은 구제금융안 공개로 13일 증시는 폭등하고 엔은 하락했다. 상품시장에서 유가는 급등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증시 폭등으로 즐거워하고 있는 트레이더의 모습. |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엔화 약세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웰즈파고의 닉 베넨브뤽 외환 투자전략 담당 책임자는 "엔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며서 "각국 정부가 잇따라 구제금융안을 공개하면서 일부 성공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는 특히 이머징국가 통화에 대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브라질 레알화 대비 8.6%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에 대해서도 7.9% 빠졌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0.5%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다는 사실도 엔화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에 이어 사상 최악의 신용폭풍에 휩쓸리고 있는 유럽 경제가 강도 높은 구제금융안 시행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유로/달러 환율은 1.3524달러로 1.16센트(0.8652%) 상승했다.
한편 상품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큰 폭 상승하면서 배럴당 80달러선을 회복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3.49달러(4.5%) 상승한 81.19달러를 기록했다.
신용위기가 정점을 쳤다는 평가와 함께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지속했다는 사실도 유가 반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면서 지난 한주간 유가는 17%가 넘게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가의 추세적인 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올들어 두번째로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WTI 전망치를 기존 110달러에서 75달러로 하향하고 연말 전망치는 115달러에서 70달러로 큰 폭 내려 잡았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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