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30일 발표한 임기 중 첫번째 예산안은 복지보다는 성장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 오는 2012년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이 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복지보다는 성장에 방점 =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OC와 R&D 분야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2.5% 증가하는데 그쳤던 SOC 관련 예산을 7.9% 증가한 21조10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6월 해당 부처가 제출한 요구안은 올해보다 2.4% 줄어든 19조1000억원이었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침체에 빠진 건설 경기를 살리는 한편 신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극도로 위축된 소비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R&D 예산도 전년 대비 10.8% 증가한 12조3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해 임기 말에 열매를 거두겠다는 포석이다.
이같은 정책 목표는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R&D 분야의 연평균 예산 증가율을 가장 높은 10.7%로 설정했다. SOC 분야의 연평균 증가율도 7.3%로 높은 수준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도 당초 요구안(12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13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 3조644억원에서 내년에는 3조7916억원으로 23.7% 늘리기로 했다.
반면 보건·복지 예산 규모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보다 크게 후퇴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 삭감은 하지 않았지만 증가율이 올해 10.2%에서 내년 9.0%로 1.2%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복지·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초노령연금 대상도 확대하는 등 서민 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복지 체감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떤 정부도 복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복지지출의 낭비를 줄이고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짠 것이 지난 정부와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 2012년 7% 경제성장 달성 목표 = 이번 예산안이 참여정부 시절의 예산안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경제성장률 목표치다. 참여정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5.1%로 설정하고 예산안을 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올해 4.7%에서 내년 4.8~5.2%, 2010년 5.2~5.6%, 2011년 5.8~6.2%, 2012년에는 6.6~7.0%로 점차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재정수지도 오는 2012년에는 균형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11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내년 10조4000억원, 2010년 9조7000억원, 2011년 6조6000억원에 이어 2012년에는 적자를 말끔히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예산 지출과 기금 지출을 합한 총지출의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6.2%로 잡아 경상성장률과 총수입 증가율(7.6%)보다 낮게 설정했다.
많이 걷어 많이 썼던 참여정부와는 달리 덜 걷고 덜 쓰는 작은 정부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2.7%에서 2012년에는 30.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22.9%에서 지난해 33.2%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조세부담률도 올해 22.2%에서 단계적으로 낮춰 2012년에는 20.8% 수준으로 끌어내리기로 했다.
◆ 예산절감 공직사회부터 솔선수범 =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정부 예산 10% 절감을 임기 내에 꼭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이미 예산안에 포함돼 집행 중인 예산에 대해서는 집행 효율화를 통해 2조5000억원을 절감하고 내년부터는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해 17조5000억원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특히 공무원의 정원과 임금을 동결해 예산 절감 노력에 공직사회부터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05년 1.3%에서 2006년 2.0%, 2007년과 2008년 2.5% 등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임금 동결로 절감되는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에 활용키로 했다.
정부의 공무원 임금 동결 조치는 다른 공공기관의 임금 인상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면 공공기관도 함부로 임금을 올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