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를 뚫는 국민기업 ‘SK에너지’

2008-10-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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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글로벌경기 악재와 정부의 석유가격 공개,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 등 정유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CEO의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헌철 SK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은 ‘마라톤과 같은 성실경영’으로 글로벌 위기를 뚫겠다는 각오이다.

신 부회장은 “마라톤에서 너무 욕심을 내고 달린 사람은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며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실적은 모두 고난의 역정에서 얻을 수 있다”며 “남들이 뛰는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기록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일도 속임수나 허세를 부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의 이같은 투지가 하반기 정유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지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는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6.7% 증가한 12조1098억원, 영업이익은 33.4% 늘어난 532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결코 순탄치 않다.

이에 대해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격적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기조를 갖고 있다”며 “고도화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고유가 상황을 타개하는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올해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에너지는 3개의 고도화설비로 하루 16만2000배럴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의 경질 석유 제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제1중질유분해공장(UC)에서 하루 4만5000배럴, 제2공장(FCC)에서 1일 5만7000배럴, 얼마 전 완공된 제3공장(New FCC)에서는 하루 6만배럴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엔 1일 생산량 4만배럴의 제4기 고도화설비(HCC)를 인천에 증설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 증설 작업이 완공되면 SK에너지는 고도화 설비 처리능력이 1일 20만2000배럴 수준, 고도화 비율은 14.5%에서 17.6%로 높아진다.

회사 관계자는 “고도화 설비 비율이 낮으면 벙커C유 원가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고도화설비가 대자본이 들어가는 투자이지만 원가경쟁력과 소비자혜택을 위해 고도화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또한 해외자원 개발과 중국진출 등 해외 비즈니스 확대로 글로벌 기업 도약에도 온 정열을 쏟고 있다.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자원개발 비중은 1999년에 각각 0.6%, 4.7%를 차지했으나 2004년에 1.58%와 12.23%, 2006년 매출액 1.42%와 영업이익18.45%로 증가했다. 2007년엔 매출액 1.18%와 영업이익 12%로 소폭 줄었으나 2008년에 상반기 매출 1.6%와 영입이익 13.3%로 늘렸다.

SK가 석유개발 사업에 강한 집념을 보여주는 대목은 2004년 670억원 투자에서 2006년 2900억원, 지난해엔 4500억원 이상, 올해는 6300억원을 자원개발 투자금으로 책정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중국진출면에서는 한중 관계 초창기부터 시도했다.

최태원 대표이사 회장은 일찍부터 “세계 경제의 두 축이 미국과 중국으로 모아지고 있으므로 우리는 중국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중국에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최 회장의 선견지명은 국내 처음으로 1991년 북경사무소 개설, 1999년 북경CEO세미나에서 중국사업의 역량집중 결의로 이어졌다.

2004년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SK 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해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아ㆍ태지역 에너지ㆍ화학 메이저’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010년까지 매출액 5조원, 20여개 현지법인을 보유한 에너지ㆍ화학 그룹을 육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SK에너지는 미래에너지 개발로 수소연료전지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시스템, DME상용화 기술개발, 바이오연료 등 차세대 리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움직임도 한창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석실 선임연구위원은 “정유회사들은 향후 기후변화협약 등으로 화석에너지의 사용억제 등 여러가지 환경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며 “석유의 효율적 공급은 물론 수소에너지 활용기술 개발 등 미래의 에너지 공급을 위해 다각적이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는 1990년 초부터 기술 축적해 2004년 연료전지車용 수소충전소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09년까지 연구과제로 수행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시스템은 2006년 9월 SK에너지 자체 기술로 차량탑재 시험에 성공했다. 기존 배터리 보다 10% 이상의 에너지 효율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DME는 천연가스로 만드는 화학에너지로 수년 전부터 DME 생산촉매 공정과 기술개발에 착수해 현재 실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청정성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부탄올 등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1%의 바이오디젤을 기존 경유에 첨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로 창사 이래 최대치인 2조2915억원을 올해 투자하고 있다. 시설투자에 1조2317억원, 자원개발에 6300억원, R&D 2000억원 등 각 영역별로 적게는 50% 많게는 100% 이상 투자액을 증액했다.

SK에너지가 CIC(회사내 회사 : Company In Company)제도를 도입하고 SK인천정유 합병 등을 신호탄으로 올해 새 모습으로 맞이한 배경은 남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형 사업구조로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고 SK인천정유 통합운영 시너지 극대화와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수시장의 마켓 리더쉽 확보와 글로벌 밸류 체인의 구축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유상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은 “현재 남아있는 유전ㆍ가스전은 대부분 글로벌 업체가 선점했거나 사업 리스크가 큰 문제점이 있지만 중소규모의 국내 기업입장에서는 세계의 거대업체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니치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중소규모 유전의 GTL(Gas to Liquids) 사업 같은 비지니스모델 사업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국내 정유업체들은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환경변화에 내성이 높은 사업구조로 탈바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K에너지는 이런 적극적 사업전략으로 올해 상반기에 사상최대 수출액인 11조7000억원을 달성해 국내 2위권의 수출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석유개발사업에서도 반기 매출액 2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상반기 성과에 따라 올해 목표인 33조원 매출액과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 규모는 전년도 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에너지는 4분기에도 기존 전략의 특별한 변경없이 사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 전략에 대해 “현재 사업환경은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원유가격이 심하게 출렁대고 있어서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확정 짓기보다 제반 경제지수들의 동향을 신중히 살피면서 단기적 대응 위주로 경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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