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충남 소주시장 못 이길까 조바심 났었나

2008-09-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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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과 5:5 접전, 신제품 출시하자 제동걸어

진로가 대전지역공정거래사무소에 지역 소주 업체 선양을 상대로 “소주 속에 용존산소량을 늘린 것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는 과장광고다”라는 이유를 들어 고소하기까지의 가슴앓이 속내는 따로 있었다.

바로 대전충남에서의 선양과의 ‘시장점유율’ 때문이다.

소주 업계 1위 ‘진로’와 7위인 지역 중소업체 ‘선양’의 대전충남 소주시장 점유율은 5:5.

진로는 팽팽한 접전을 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선양이 기존 제품을 리뉴얼된 새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23일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전충남지역에서는 진로와 선양이 서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곳 ”이라며 “중소업체지만 비슷한 규모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선양을 진로가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상도, 전라도 등 지방에서는 지역 소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80~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서울경기도와 인접한 대전충청도 지역은 타 지역과 다르게 진로가 50%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로 측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이유도 아예 중요하지 않는 사안은 아니다”며 “하지만 선양이 과장광고를 시정하길 바라는 의도가 더 컸다”며 일부 고소 배경을 인정했다.

선양은 지난 달 27일 “소주 속에 산소의 용존 산소량이 3배 많아 1시간 일찍 숙취해소가 된다”는 컨셉트의 오투린(O₂린)을 출시했다.

기존에 있었던 제품 ‘숲속에서 맑을린’을 ‘1시간 먼저 깨는 O2린’으로 리뉴얼한 것. 오투린은 순도 99%의 대둔산 청정 산소를 3단계에 걸쳐 주입해 소주 내 용존산소량을 일반 소주의 7ppm보다 3배가 넘는 24ppm으로 높였다.

선양은 국내 최초로 산소를 소주에 녹이는 기술을 특허 받았다.

선양은 소주의 맛이 부드럽고 산뜻할뿐더러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홍보 및 광고 활동을 펼쳐왔다.

진로 측은 이와 같은 내용들이 과장 광고라고 주장했다.

일단 음료나 주류의 용존 산소 숙취해소에 좋은 역할만 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것. 이미 소주에 첨가된 미네랄, 아미노산, 아스파라긴 등도 숙취해소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람마다 음주 습관과 컨디션, 알코올 분해 효소 등이 숙취해소에 다양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산소가 3배 많아 1시간 먼저 깬다”는 점은 학계나 업계에 체내 알코올을 분해하는 숙취해소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이 규명돼 있지 않다는 것.

진로의 이러한 과장광고 지적에 대해 선양 기업문화팀 김규철 팀장은 “오투린의 효과와 광고 내용은 단국대 이숙경 교수팀의 임상실험을 통해 밝혀진 결과이지 부풀려진 것은 없다”며 “주류에 불고 있는 산소 열풍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등 세계 등지에서 이미 트렌드화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고객들의 평가에 직접 맡기겠다”며 “진로의 이번 공정위 고소 건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진로는 이달 3일 선양을 고소했다 일주일된 시점에서 바로 취하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고소 취하 이유에 대해 “진로는 소주 업계의 맏형으로 사소한 일에 시비를 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외부 시선이 곱지 않아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공정위 고소 결과 만약 선양 측에 우리하게 나올 경우, 진로가 이 지역에서 쌓은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방이 길어질수록 선양의 오투린 소주가 알려지는 것이 더 손해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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