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首長 ‘성실·역시사지·혁신’ 애착

2008-09-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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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헌철 SK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대표이사 사장


















기업의 색깔은 CEO의 마인드·경영철학과 직결한다. 

국내 4대 정유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도 회사마크 색상부터 각각 빨강.초록.파랑,노랑으로 다양한 기업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신헌철 SK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은 ‘마라톤과 같은 성실경영’을,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척도로 하는 정도(正道)경영’을,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은 ‘감성과 감동에 바탕을 둔 혁신경영’을 강조한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Ahmed A. Subaey) 에쓰-오일 대표이사 사장(48)은 취임한 지 6개월째를 맞고 있으며 취임 전부터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틈틈이 한국어도 익히는 등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귀족출신인 수베이 사장은 미국 애리조나 대학과 애리조나 주립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서 약 27년간 엔지니어링, 원유·가스생산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리움(SPL) 사장과 미국 소재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리움 인터내셔널(SPI) 사장도 역임한 바 있다.

국내 상위 2대 정유사의 수장인 신 부회장과 허 회장은 같은 연배의 경상도 출신으로 신 부회장은 1945년 경북 포항, 허 회장은 1943년 경남 진주 출생이다.

신 부회장은 1964년 부상상고를 나와 1972년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후 바로 유공(현 SK)에 입사해 줄곧 유공에서 인정받아 30년만인 2002년에 국내 굴지의 정유사 대표자리에 올라섰다.

신 부회장은 허 회장처럼 화학분야 박사학위까지 밟고 입사한 것은 아니지만 석유사업에서 국내 1위이고 에너지·화학 관련 국내 최대 기업을 이끈 SK에너지의 산 증인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 2월 안팎으로 반대가 심했던 인천정유 인수를 위해 서울 종로 본사 사옥을 신한은행에 팔 정도로 몇 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장은 부실하지만 제대로 살려놓기만 하면 모두 돈이라는 점을 간파한 그는 12개 경쟁업체를 제치고 인수작업에 성공했다.

신 부회장은 “현재 SK는 정제능력 부문에서 아·태지역 4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3위는 일본이지만 거의 차이가 없다”며 “인천정유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통해 아·태지역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허 회장은 2005년 LG에서 분리한 GS 허 씨 일가의 오너로 70년대초 미국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흔치 않은 화학전문가로 통한다.

1960년 보성고를 졸업하고 1966년 연세대 화학공학을 나온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1968년과 1971년 각각 화학공학 석·박사까지 한 분야를 꿰뚫었다.

허 회장은 1971년 다국적 석유화학 회사인 미국의 쉐브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1973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로 옮겨 사장보좌역을 맡았다. 허 회장도 줄곧 호남정유에 몸담으며 21년만인 1994년에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1996년 LG칼텍스정유의 경영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정유업에 능통한 전문경영인의 능력에 힘입은 바가 크고 2005년엔 GS칼텍스로 상호도 바꿨다.

80년대 초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 오히려 일본으로 원유임가공 수출을 시작한 것은 허 회장이 어느 정도 정유업에 통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비록 원유 수입국이었지만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국내시장 대신 해외시장을 개척해 한국이 기름을 수출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허 회장과 달리 신 부회장이 ‘마라톤과 같은 성실경영’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배경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998년 말 신 부회장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남들이 좋다는 병원과 민간요법 모두 활용해봤지만 큰 효과를 못봤다.

그 후 2001년 유니세프 주최 국제아동돕기 행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이 퇴행성 관절염에 마라톤이 ‘최고’라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 때부터 달리기연습을 시작했다.

신 부회장은 “2001년 당시 환갑을 앞둔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틀에 한번씩 2개월 동안 7.6㎞의 남산순환도로를 왕복으로 달렸는데 신기하게도 무릎 통증이 사라지고 몸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까지 모두 18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지난 3월엔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57분 13초로 그의 최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이런 마라톤에서 얻은 교훈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성실’을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마라톤에서 너무 욕심을 내고 달린 사람은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며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실적은 모두 고난의 역정에서 얻을 수 있다”며 “남들이 뛰는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기록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일도 속임수나 허세를 부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신 부회장과 달리 오너 일가에서 자라면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공백기간 없이 엘리트코스 교육을 받으면서 화학공학의 전문분야를 키워왔다. 생활신조는 역지사지로 독서와 바둑을 즐긴다.

허 회장은 “평소 의사결정을 할 때 역지사지를 중요척도로 삼고 경영활동에 임한다”며 “이는 회사의 고객과 임직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회의 때는 임직원의 의견 하나 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고 경청하면서 일일이 챙긴다”고 덧붙였다.

또 그가 강조하는 것은 ‘정도경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활동이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허 회장은 매일 9시까지 출근해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긴다. 회사의 재무·인사는 물론 석유화학 관련 산업 트랜드와 기술, 신사업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확인한다.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 3개월마다 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에 참가해 직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하기도 한다.

한번은 서울에서, 한번은 여수 공장에서 진행하며 공장에 가면 현장 간부들과 직접 공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위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한 대화도 잘 나눈다.

위기에서 회사를 살려낸 서 사장은 신 부회장과 허 회장과는 또 달리 ‘혁신’을 강조하는 현장파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면서 “위기에 빠져 들지 않고 지속적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으려면 중단없는 경영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서 사장은 1951년 4월 28일 전남 진도 출생으로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1975년 건국대 경영학과를 나와 그 해 서울신탁은행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다. 그 후엔 줄곧 해외에서 25여년간 금융업에 종사해왔다.

서 사장이 2002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로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는 위기상태 그 자체였다.

“워낙 부실이 심한 기업이어서, 아무도 살려낼 수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나이 오십이 넘으면 새로운 이닝(직장을 뜻함)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수록 반드시 살려내고 싶다는 오기(傲氣)가 생기더군요”

서 사장은 2001년 3312억원 적자(당기순손실)에서 1년 만에 500여억원 흑자로 바꿨고 해마다 연속 흑자경영을 펼쳤다. 혁신을 축으로 움직여온 서 사장의 뚝심이 묻어나는 사례다.  

적자투성이였던 현대오일뱅크를 흑자회사로 바꿀 수 있었던 배경엔 현장주의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경영혁신의 마술사라는 별칭도 혁신을 통한 현장경영이 한 몫을 한 셈이다.

그는 사장이 한 번 둘러보면 본부장은 두 번, 그 아래 부문장은 네 번 가는 법이라는 ‘현장경영 두 배론’을 강조했다.

연초면 차트를 들고 전국의 각 지역본부를 순회하며 3천리 행군을 벌이는가 하면, 안전모를 쓰고 현장실습을 하는 경험을 사서 한다. 직원들과의 독서모임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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