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어닥친 신용경색 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태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세계 5위의 투자은행(IB)인 미국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 등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축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이번 사태는 '9월 위기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국내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며 우리 금융시장이 견딜 수 있는 정도"라고 거들었다.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AIG에 850억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하는 등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정책 당국에서는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늘어놨다.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리먼브라더스 관련 채권은 7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AIG의 경우에도 국내 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은행들의 외화 건전성이 적정하고 필요자금도 확보하고 있어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환 금융위 상임위원과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 등 금융위 고위 관계자들도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마무리 단계이며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부의 이같은 인식에 대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국내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며 "걷잡을 수 없는 부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데 대책은 있느냐"며 질타했다.
같은 당 박순자 의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엘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백년 만에 처음 오는 위기라고 경고했다"며 "현재는 긴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김종률 의원은 "정부의 진단과 대응이 지나치게 한가하다"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해야 제대로 된 처방과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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