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은행들, 먹을까 vs. 말까

2008-09-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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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로 美·유럽 금융기관 위기 韓·中·日 등 해외시장 진출 신중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가 글로벌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해외 확장을 추진하던 아시아 은행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하는 등 세계 금융을 호령하던 서양 금융기관들이 쓰러지면서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인수합병(M&A)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아시아 은행들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보다 자국 금융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최근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은행(IB) 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산업을 주도하던 서양의 선진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졸지에 매물로 전락하고 있지만 아시아 은행권은 이전에 비해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노무라홀딩시의 와타나베 CEO. 노무라는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법인을 인수했다.
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법인을 인수하고 중국은행이 3억4200만 달러에 유대계 자본인 프랑스의 로스차일드은행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등 일부 은행들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무라가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법인을 인수한 것도 결국 아시아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평가다.

애버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휴 영 전무이사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상태"라면서 "자신들의 기회가 많은데 왜 해외로 눈을 돌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자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기관 S&P는 미국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은행들은 안정적인 경제 전망에 힘입어 위기를 비켜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S&P는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가 서양에 비해 더 건강하다면서 고객들의 신용 역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아시아 금융권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한 M&A는 45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것이다.

서양 금융기관에 대한 M&A는 줄었지만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은 싱가포르의 킴엥홀딩스의 지분을 늘렸다. 서양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홍콩 소재 증권사 폭스-피트, 켈튼의 워렌 블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상업은행들은 아시아에서 많은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용위기 이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서양 금융시장의 규제가 까다롭다는 사실이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진입을 어렵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진입도 어려운 마당에 신용위기로 시장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 금융기관이 굳이 서양 시장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단 한국의 산업은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쓰비시 UFJ는 미국의 유니언뱅칼에 30억달러를 제시하고 지배 지분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투자은행이 아닌 미국 상업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제이슨 로저스 신용 애널리스트는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투자은행 등)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과 함께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은행권 역시 해외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당국의 규제와 맞물려 주춤거리고 있다.

실제로 핑안보험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합작 금융기관인 포티스의 자산운용 자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승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하이퉁증권의 치우자이쳉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은 분명 해외시장 진출을 열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해외시장 M&A는 성공적이지 못했으며 당국과 중국은행들은 더욱 신중해졌다"고 평가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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