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쇼크는 국내 건설 및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리먼브라더스 등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를 전제로 추진됐던 대규모 개발사업은 유치 대상 업체들의 파산과 유동성 위기 등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인천 청라지구에 77층 쌍둥이 빌딩으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월드트레이드 센터'(WTC)의 경우 지난해 사업설명회에서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이스턴스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의 입주 계획이 발표됐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는 최근 파산했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돼 당초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관 터에 들어서는 '서울국제금융센터'(SIFC)에 입주가 예상됐던 AIG 지역본부도 미국 본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에 직접 투자했던 부동산개발사업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리먼브라더스의 경우 SKD&D와 강남구청역 나산백화점을 업무용 빌딩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사업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D&D측은 리먼브라더스의 투자 회수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상암동 DMC 랜드마크, 인천 월드드레이트 센터 모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거나 투자를 염두에 두고 추진된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긴축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커 사업 추진에 상당부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주택업체들도 현금유출을 최대한 차단하는 한편 현금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이 국내 금융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한 중견업체는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사옥을 매각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이 이미 건설사에 대한 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현금 확보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사옥 매각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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