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미국산 쇠고기와 한우의 쟁탈전 속에 호주산이 큰 피해를 봤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발생한 것.
주부들은 차례 음식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즐길 요리를 위해 20~30% 가격이 떨어진 한우를 많이 구입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불신 때문에 평소에 애용하던 호주산은 외면해 버렸다.
수입산 쇠고기의 원산지 둔갑 행위가 연이어 적발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청정우’로 불리는 호주산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올 추석 차례 상을 준비했던 50대 주부 김영자 씨는 “맛이 좋은 한우가 가격이 저렴해져 그동안 사오던 호주산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며 “차로 1시간 이내면 갈 수 있는 인근 지역의 한우마을한우에 가서 다량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제수용으로 쓰는 산적거리 외에도 값이 비싸 엄두도 못냈던 소갈비까지 사와 찜으로 해먹었다”며 “이렇게 푸짐하게 한우를 즐긴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호주 정부는 미국산의 영향으로 호주산의 대 한국 수출이 14%나 줄어든다고 전망한바 있다. 대(對)한국 쇠고기 수출이 12만 5000t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수입되면 호주의 한국 수출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호주 농업자원경제국(ABARE)의 ‘2008-2009(2008년 7월~2009년 6월) 쇠고기 전망’ 보고서를 지난 13일 소개했다.
호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졌다. 단기간에 2003년말 수출 중단 이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호주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 2003년 한국 수입 시장의 60%나 차지했던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한국의 소매업자와 소비자들이 미국산을 신뢰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