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9일 대형 금융지주회사와의 '대등 합병' 추진을 위해 연말까지 4조원 가량의 자사주 물량을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오는 29일 KB금융지주 출범을 앞두고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보험사나 증권사 등을 인수해 특정 부분을 점진적으로 보강하기 보다 획기적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해 금융산업의 지도를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국내에서는 국민은행의 규모가 제일 크지만 뉴욕, 런던, 싱가포르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중국 시장에서조차 국민은행의 존재는 뚜렷하지 않다"며 "국가를 대표할 은행과 자산운용사를 만들어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4조원 가량의 자사주 물량을 연말까지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당한 비율로 매각할 예정"이라며 "현재 아시아, 중동권, 유럽권을 포함해 상당히 많은 전략적 투자자들과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배당성향과 관련해서는 "30% 수준을 유지하되 시장에서 안정되면 배당성향을 50%선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합병 대상과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논의 못할 대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산업 기업은행, 우리금융을 비롯한 신한 하나금융 등 주요 대형 회사들을 모두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빅3(신한, 우리금융)에 대등합병이 일어나면 400조~450조원의 은행이 탄생해 세계 50위, 아시아 10위권 근처에 오른다"며 "그렇지 않다면 기업, 외환은행 등 100조원 규모 은행과의 합병으로 350조원으로 시작해 50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합병논의가 진행 중인 곳은 아직 없으며 일부 전략적 투자자들과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합병 대상을 연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합병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영권"이라며 "대등합병을 성사시키려면 경영진이 자기 자신과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등 합병을 할 수 있다면 경영권에도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흡수합병과 달리 대등합병은 일대일로 접근하는 것이어서 합병 이후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등을 두 회사가 협의를 통해 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