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위기설, 해프닝으로 끝나나

2008-09-08 17:06
  • 글자크기 설정

국내 금융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고갔던 '9·11 금융 위기설'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최근 정부가 위기설 진화에 나서면서 환율과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다 위기설의 진원지였던 9월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한 상환 자금도 대부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일 도산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던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모기지업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투입키로 했다는 낭보까지 날아들면서 위기설은 빠르게 사그러들고 있다.

오는 11일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앞두고 있던 정부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외평채가 순조롭게 발행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9·11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發 호재에 환율급락·주가급등 =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8일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는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6.4원 급락한 1081.4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110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면 국제 금융시장에 달러 공급이 확대돼 최근의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증시도 힘을 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27포인트 치솟은 1476.65로 거래를 마감했다. 오후에는 올 들어 두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15거래일 만에 매수로 돌아서 이날 80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도 658억원을 순매수했다.

◆ 운명의 11일…위기설 잠재울까 = 11일은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을 괴롭혀왔던 각종 악재들의 결말이 드러나는 날이다.

이날은 위기설을 촉발시켰던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 연장 여부가 확인되며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 성공 여부가 판가름난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되며 주가지수선물·주가지수옵션·개별주식선물·개별주식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치는 쿼드러플위칭데이(네마녀의 날)이기도 하다.

이날 상황에 따라 위기설이 기우로 끝날지, 아니면 국내 금융시장을 파탄으로 몰고 갈지가 결정된다.

그동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시장은 지난 주말을 계기로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외국인 보유 채권의 경우 9일에 6800억원, 10일에 5조원이 만기를 맞게 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상환 자금을 이미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들어 외국인이 1조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수하는 등 만기 상환 자금이 국내에 재투자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위기설의 핵심인 외국인 보유 채권에 대해 정부가 충분한 상환 여력을 갖추고 있고 금융기관의 유동성도 풍부해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평채 발행도 적시에 터져준 미국발 호재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해외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받는 잣대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전 조사를 통해 외평채의 순조로운 발행을 낙관해왔다"며 "이번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계획 발표 덕에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채권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2%포인트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11일 개최되는 금통위의 선택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동결 쪽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둔화세가 완연한데다 위기설의 한 축인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동결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여전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6%를 눈앞에 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5.6%로 떨어지고 국제 유가도 100달러대로 하락 안정되고 있는 점도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다만 선물과 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쿼드러플위칭데이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매수 차익 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인 9조원을 웃돌고 있는 만큼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만기 당일에 3000억원 이상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다 매수 차익 잔고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큰 충격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앞으로가 문제 = 9월 위기설은 별다른 충격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 신용경색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050원선 아래로 떨어지고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회복한 후에야 위기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끝나지 않은 만큼 정부와 시장의 위험 관리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도 불안 요인이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금리까지 올라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가계 부실이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