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컨소시엄형태’ 참여를 최근 밝혀오던 STX가 결국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현대중공업-한화-GS 등 인수전 ‘4파’가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 및 시원치 않은 투자금을 이유로 STX와 손잡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TX는 세계 6위 조선업체인 STX조선을 비롯 STX팬오션 등 계열사가 조선 및 해양 사업에 경험이 없는 인수 후보들에게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했던 눈치다. 이들이 본 입찰에서 제출하게 될 대우조선 경영계획서에 ‘경력자’인 STX 명기여부에 따라 그 무게추가 달라질 수 있음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동종업계’라는 태생적 한계와 예상 밖의 ‘실망스런’ 지갑 등의 배경이 STX의 발목을 잡았다. 대우조선 노조가 동종업계에 대한 알러지성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어 STX가 그룹차원에서 3조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3000억 배팅만을 거론했다는 점은 각 인수후보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전력’이다.
한화 관계자는 8일 “이미 (인수희망) 업계에서는 STX와 (컨소시엄을) 안 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면서 “대우조선 노조도 (STX 참여를) 싫어하고 투자 금액도 작은데 누가 STX와 손을 잡으려 하겠나. STX가 특별히 득 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3년 전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준비해 오던 GS그룹 역시 컨소시엄에 참여할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을 모두 확보한 상황인 만큼 STX에 대한 구애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
포스코의 경우 ‘조선업+조선업’의 공식이 시너지 효과 면에서 플러스 요인이 크지 않다고 보고 사실상 STX를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자사 노조에서도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대우조선 인수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고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공개적으로 “동종업계로의 매각 반대”를 천명한 바 있어 STX와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별도의 컨소시엄 구성없이 독자적 인수행보를 강행할 만큼 자금여력이 충분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 한다면 컨소시엄 형태로 하고 투자금액은 2∼3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이종철 STX 부회장의 최근 언급이 귀에 들어 올 리 만무하다.
STX 관계자는 “적극적인 참여 보다는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던 그간의 입장과 변함은 없다”면서도 “무리한 투자금액 요구가 있으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힘들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된다면 참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