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최대 구제금융 단행

2008-09-08 10:31
  • 글자크기 설정

'빅2' 모기지 국유화 결정 2000억달러 지원...3000억달러 필요할 수도

'제2의 신용위기' 뇌관으로 여겨졌던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이른바 '빅2' 모기지업체의 국유화가 결정됐다.

미 재무부는 양대 국책모기지업체에 각각 1000억달러(약 100조원)을 투입하는 등 모두 2000억달러를 쏟아붓는 구제금융을 단행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빅2' 모기지업체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선순위 우선주와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경영진은 교체되며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빅2' 모기지업체 관리를 맡게 됐다. 

   
 
<사진설명: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왼쪽)이 7일(현지시간) '빅2' 모기지 국유화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록하트 FHFA 국장>

이로써 그동안 정부보증업체(GSE) 형태였던 '빅2' 모기지는 정부 관리체제(conservatorship)으로 운영된다.

◆경영진 대대적 교체..."구제금융 불가피했다"=새로운 경영진으로 패니매는 메릴린치의 이사회 부의장을 역임한 허브 앨리슨이 맡게 됐으며 프레디맥은 유에스뱅코프의 이사회 부의장을 지낸 데이빗 모펫이 맡았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양사가 대형 금융기관으로써 금융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하나가 무너진다면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구제금융 결정은 현재 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으로부터 금융시장과 납세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자산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주택대출을 담보로 잡은 채권 규모를 2009년 말까지 8500억달러로 낮추고 매년 10%씩 추가로 줄여 2500억달러선으로 낮출 계획이다.

두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1차로 수일내 20억달러를 투입해 선순위 우선주를 매입하고 해당 주식에 대해 연 10%의 금리로 배당을 받게 된다.


◆배당 중단은 단기 부담될 듯...각계 반응 '긍정적'=이같은 조치는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문제는 기존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서는 배당이 중지됐다는 것이다. 기존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치가 신용위기를 더이상 악화시키기 않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 주주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했던 감자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신주 발행과 함께 기존 배당금이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전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제금융 지원으로 대부분의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재무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단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날 '빅2' 국유화 결정 후 몇시간만에 내놓은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은 "모기지업체가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경제를 탄탄히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성명을 통해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미국 모기지와 주택시장의 중심"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가 역시 미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단행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웨스트우드 캐피털의 대니얼 앨퍼트 전무이사는 "메릴린치와 UBS 등 미국 모기지에 투자한 투자은행들에게 유익할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모기지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 3000억달러 넘어설 수도...S&P, 우선주 등급 11단계 하향=일각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재무부가 결정한 2000억달러를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정상화하기 위해 3000억달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 기업의 손실이 양사가 보유하고 있거나 보증한 채권 6조달러의 5%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풀 전 총재는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정부가 관리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목적은 몰락한 기업을 구제하거나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말 한마디로 채권시장을 좌우하는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해 "투자자들은 상당한 MBS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월요일이 기대된다"고 말해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로스는 지난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금융 쓰나미'가 몰아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용평가기관은 미 정부의 '빅2' 모기지 국유화 결정에 대해 우선주 등급 하향으로 대응했다. S&P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우선주와 보통주에 대한 신용등급을 각각 11단계 하향해 C로 내려잡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의 우선주와 보통주 신용등급은 최저 수준에서 두 번째로 낮아지게 됐다. S&P는 우선주와 보통주에 대한 배당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등급 하향의 배경으로 설명했지만 추가적인 하향 조치는 없다고 덧붙였다.

S&P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등급은 AAA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후순위 채권에 대한 BBB+ 등급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2' 모기지 부채 1조6000억달러 달해=한편 미 의회는 지난 7월 필요할 경우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정부가 무제한으로 대출하거나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이어가고 신용위기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지난 1년간 '빅2' 모기지가 기록한 손실만 140억달러에 달하며 부채는 1조6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빅2' 모기지가 모기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12조달러 규모인 미국 모기지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패니매는 지난 1938년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뒤 1968년 민영됐으며 프레디맥은 1970년 패니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