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침체와 환율 상승, 소비 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와 철강 등 외국으로부터 원자재를 들여와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가공무역을 하는 한국 경제는 2007년 94.2%(국민총소득 대비)의 높은 무역의존도를 기록했다.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자재 값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과 같은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 무역의 비중이 높아 외부 경제 환경이 나빠지고 세계경제와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경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올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유가와 원화 약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경색으로 최근 한국 경제는 주춤한 상태다. 올해 6월을 제외하고 계속된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위기 뒤 꾸준히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를 11년 만에 적자로 돌릴 기세다. 또 원자재 값 상승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소비심리마저 꽁꽁 묶인 상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규모는 2002년 57.53%로 2000년대 이후 최저점을 찍은 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2005년 68.95%, 2006년 71.54%로 높아졌다. 이는 한국 경제가 대외 환경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무역의존도는 각각 63.9%, 114.6%로 한국의 무역의존도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중계무역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올해 들어 꾸준히 오른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3일 3년 11개월 만에 1148.5원을 기록해 무역수지 적자폭을 넓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환율이 워낙 많이 올라 최근의 유가 하락폭을 상쇄하고 있어 제조업체과 수입업체들은 울상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3일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9.99달러 하락한 101.65달러를 기록해 유가 하락에 대한 향후 전망을 밝혔다. 지난 7월 4일 역대 최고치인 배럴당 140.70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김유경, 정진희 기자 yk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