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추진됐던 정유산업이 어느덧 시나브로 세계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품질은 ´자존심´ 환경은 ´사명´…"세계 최고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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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원유의 경우 중동,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초대형 유조선(VLCC, 약 200만배럴 규모)을 통해 울산, 온산, 여수, 대산, 인천항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정유사들의 환경 관리는 시작된다. 접안시설이건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부이(Buoy. 해상 원유이송시설)를 통하건 단 한 방울의 기름도 새지 않아야 한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반된 원유는 유종별로 저장시설에 보관되며 믹싱 과정을 통해 원유정제시설(CDU)에 투입된다. CDU를 통해 각종 석유제품이 나오는데 각제품별로 탈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부분 사실상 황 성분이 거의 없는 무황(10ppm 이하)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회수된 황은 일정한 처리를 통해 비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최근 전세계적인 환경 기준 강화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벙커-C유의 경우 고도화설비를 통해 또 다시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하게 되며 여기서 더 이상 처리가 불가능한 제품의 경우 윤활유의 원료가 되는 윤활기유 공정으로, 또 아스팔트 생산 공정으로 이어진다.
정유업계의 환경경영이 자연스럽게 환경설비 투자는 물론, 환경친화적 제품생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의 경우 그동안 정부 정책보다 한발 앞선 설비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제품 생산 체계를 갖춘 상태다. 이를 통해 지난 2005년부터 10ppm 이하의 석유제품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태며 향후 공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설비개선 등 투자를 지속중이다.
실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의 경우 최근 황 함량을 획기적으로 낮춘 친환경 휘발유 생산 시설을 본격 가동한데 이어 초저유황 경유 생산량 증가를 위해 No.6 MDU 공사를 완료했다.
지난 2002년부터 휘발유 및 등·경유 등에 함유된 황 함량을 낮추기 위해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가 6년 만에 완료된 것이다.
지난 2005년 초저유황 휘발유 제조시설(GDS : Gasoline Hydrodesulfurization Unit) 상업 가동에 이어 초저유황 경유를 생산하는 No.4/No.5 등·경유탈황제조시설(MDU : Middle Distillate Hydro-desulfurization Unit) 개조작업을 완료, No.6 등·경유 탈황 제조시설을 완공함으로써 생산되는 전 휘발유·경유의 탈황이 가능하게 됐다.
이번에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완료함에 따라 SK에너지는 국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일일 25만배럴의 경유와 3만5천배럴의 휘발유를 10ppm 미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석유제품의 환경기준치 단위로 사용되는 1ppm은 100만분의 1로 10ppm은 1ℓ에 10mg의 황이 함유돼 있는 것을 말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친환경제품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휘발유와 경유제품의 황 함량법 기준치를 대폭 강화해 휘발유 50ppm(이 전 130ppm), 경유는 30ppm(이전 430ppm)으로 조정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더욱 강화된다.
GS칼텍스도 휘발유의 국내 환경기준이 50ppm이지만 10~30ppm 정도의 제품을 공급중이다. 또 오는 2009년 새로운 기준에 맞추기 위해 WCN(RFCC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 리벰핑(휘발유 황제거 용량 증대) 및 알킬레이션 리벰핑(생산량 증대)을 추진 중이며 수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설비개선도 추진 중이다.
알킬레이션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알킬레이트는 자체가 황이 거의 없는 고옥탄가 고급휘발유군이다. 경유도 현재 10ppm에 육박하고 있어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총 생산량에 10ppm을 적용하기 위해 No.4HDS(등경유 탈황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또 거의 무황수준의 등·경유를 생산하는 No.2 HOU도 완공한 상태다.
에쓰-오일 역시 국내 제품규격이 450ppm일 때인 지난 2001년부터 50ppm 이하의 경유제품을 수출해 왔으며 2005년부터는 10ppm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상태다. 휘발유도 2005년부터 10ppm 이하 제품을 일본, 미국, 유럽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정부정책에 앞서 지난 2004년부터 30ppm 이하로 낮춘 경유를 공급해 왔다. 초저유황 경유 생산을 위해 대산공장의 탈황 운전모드를 ‘일반 탈황’에서 ‘심도 탈황’으로 바꿔 운영 중에 있으며 일일 6만배럴의 경유 탈황시설과 2만배럴의 휘발유 탈황시설을 확충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앞선 투자는 초고유가 상황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심각한 내수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넘어 세계의 심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셈이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나지 않는 원유는 수입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국제시장에서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