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산업이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함께 철강업체들과 광산업체들의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80%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비용 부담에 휘청이고 있는 철강업체들은 광산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광산업체들은 급증하는 철강 수요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시장의 수급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 업계의 밑그림을 다시 짜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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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글로벌 철강업계의 구도가 다시 짜여지고 있다> |
글로벌 인사이트의 존 앤튼 철강 이코노미스트는 "10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수급 상황"이라면서 "철강업체들이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사업의 흐름은 원자재에서 최종 상품까지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로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철강업체들이 광산을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1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수직계열화 방식은 미국을 중심으로 광산업보다 철강업의 수익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것이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의 흐름이 다시 바뀌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철강산업의 수직계열화는 브라질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막대한 철광석 자원을 배경으로 철강업체들이 브라질에서 원자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브라질은 전략적 중심지"라면서 "브라질은 엄청난 원자재와 함께 소비시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런던 마이닝에 8억1000만달러(약 8100억원)을 지급하고 브라질 철광석 자산을 인수했으며 철광석 선적을 위한 항만 시설의 공동 개발에도 합의했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러시아의 주요 철강업체들 역시 브라질의 철광석 광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세계 최대 철광석 채굴업체인 발레 도 리오 도체는 지난달 50억달러 규모의 철강단지를 건설키로 하고 2013년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밝혀 글로벌 철강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철강단지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250만t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발레 도 리오 도체를 포함해 그 밖의 중소 철광석 채굴업체들이 일제히 철강 생산 계획을 밝히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현재 광산업체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철광석 가격의 급등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현금이 쌓이면서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발레는 철강단지에 알루미늄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일본 JFE철강을 비롯한 철강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다양한 투자 계획을 수입한 상태다.
한편 철강업계의 가격 압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세계 2위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이 한국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후판 및 강판 가격을 최대 50% 인상했다.
신일본제철은 지난해 4월에도 강판 가격을 t당 3만엔 인상해 이번 가격 인상까지 포함하면 강판 가격은 t당 14~15만엔으로 사상 최고치 수준이 된 셈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