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8월 글로벌 IPO 시장이 지난 1995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지난달 IPO를 실시한 기업은 전세계에 걸쳐 25개에 머물렀다. 이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12억5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 이는 1995년 이후 월 기준으로 160여 개월 중 9번째로 가장 적은 액수다.
일반적으로 8월에 기업 IPO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글로벌 IPO 성적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군다나 8월 성적이 신용위기 사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전년 동기의 88개 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신용위기 사태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됐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전년 동기에는 IPO를 통해 기업들이 81억8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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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용위기에 따라 글로벌 IPO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와 북미 지역까지 IPO 시장의 위축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JP모간체이스의 데이빗 J. 타퍼 주식 부문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극도로 도전적인 상태"라면서 "은행은 물론 모기지와 보험까지 거의 전업종이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8월부터 침체기에 빠져든 IPO 시장이 9월말부터는 회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전망은 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들어 글로벌 증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약세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유럽 다우존스스톡스600지수는 지난 8월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올들어 21% 하락했으며 아시아 주요 증시 역시 두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올들어 13% 하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하반기 증시와 IPO 시장이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의 거대 투자은행 UBS의 토마스 B. 폭스 주니어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 책임자는 "앞으로 시장이 안정되기만 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 기업실적에 맞춰질 수 있다"면서 "하반기 IPO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반기 글로벌 증시와 IPO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권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대규모 상각이 지속되는 마당에 섣불리 IPO를 실시할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JP모간의 타퍼 부회장은 "시장을 갉아먹고 있는 악재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금융업종의 악재는 앞으로 수분기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절 이후 시장 상황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솔직히 말하면 펀더멘털의 개선 징후가 포착되지 않는 한 올해 내내 IPO 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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