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8월 한달간 83원 폭등으로 1089원까지 치솟았고 1일기준으로는 1110원까지 또 올라 원료수입이나 외화부채가 높은 기업에서는 늘어나는 환차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통상 수입위주의 정유와 항공업계는 타격을 받고 수출위주의 자동차와 전자, 조선은 약간의 혜택을 입는다.
특히 정유업계는 원유와 석유제품 간의 가격차이가 극도로 좁혀지면서 정제마진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올라 경영상 운영이 어렵지만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원유 도입 결제시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고 3개월 후에 갚기 때문에 헤지할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며 “자체의 환관리위원회도 있어서 별도의 환위험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외화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환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며 “원유 결제는 60~90일 후에 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나름대로 헤지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원유구입시에는 달러당 가격이 100원 적었는데 상환시에 100원이 오른다면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익다. 반면 구입시에는 원유값이 급등했지만 상환시에는 내려갈 수도 있는 여지가 있어서 환차익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환차손이 발생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억원씩 손실을 보기도 한다.
원유수입 대금은 외화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원 상승 때 통상 20억원 정도 환차손을 본다. 여기다 금융권의 달러 부족이 더해지면 설상가상으로 어려워진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 부족으로 외화대출이 줄거나 중단되면 현물시장의 원유 도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매일 외환시장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1500억원에 이어 상반기 3500억원 가량 환차손을 입었다. SK에너지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마다 30억원 정도의 환차손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는 상반기에 1000억원이 넘는 환차손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분기 22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2천억원대 환차손 때문에 232억원의 적자를 낸 적이 있다.
항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초 환율을 각각 달러당 920원, 910원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예상치보다 200원 가까이 오른 셈이 됐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이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75억원 가량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968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대한항공은 유가와 환율이 현 추세를 이어가면 하반기에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사업장에서 달러화 수입을 확대하는 식으로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여행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악전고투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일단 기존 에너지 절약 방안을 시행하는 동시에, 해외사업장을 통한 달러화 매출 확대에 노력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근심거리다.
반면 자동차와 전자, 조선 등 수출 위주의 업종은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1달러당 벌어들이는 금액이 커지므로 이는 곧 수출업체의 수익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단기성과에는 도움을 줄 지 몰라도 장기수익면에서는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달러 결제가 30%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이 10원 오르면 현대차는 1천200억원, 기아차는 800억원 가량의 연매출 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오른다고 가격정책이 바뀌지는 않지만 해외시장에서 같은 차값이라도 수익 폭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센티브 등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설명이다.
그러나 차 업계가 환율 상승으로 무조건 혜택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을 높여 차량 1대당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 만큼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국내 물가도 올라가 자동차 구매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을 단기 수익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됐을 때 남는 재원으로 미국 및 서유럽 등 주요 시장의 우수 딜러 개발 및 마케팅 확대, 신흥시장 개척 등 장기적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성 기자 fre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