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 업체로써 IT 산업의 총아로 여겨졌던 델. 휴렛팩커드(HP)에 1위를 넘겨주고 이제는 한물갔다는 평가속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델이 돌파구를 찾았다.
최근 분기실적 발표를 통해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델이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델은 1984년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가 단돈 1000달러로 설립해 맞춤형 PC 판매라는 획기적인 사업 모델로 고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사업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델 회장이 최근 CEO로 전격 복귀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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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델의 마이클 델 CEO가 인도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델의 사업 모델이 이머징마켓에서 다시 한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의 PC시장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도의 PC 판매 성장률은 미국에 비해 3배가 높으며 이에 힘입어 델은 지난 분기에 7.9% 증가한 159억달러 어치를 팔아치울 수 있었다.
특히 인도 기업들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델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대규모로 PC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은 판매업자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 또는 전화상으로 직접 주문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인도 PC시장의 이같은 흐름은 온라인 판매 정책으로 특화된 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웬의 루이스 미샤오샤 애널리스트는 "델의 직접 판매 모델은 기업들에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HP 역시 인도 PC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날로 확장하고 있다. HP의 인도 PC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18.4%를 기록했다. 2년전 점유율은 13.1%였다.
같은 기간 델의 성장률은 두 배 넘게 높아졌다. 델의 인도 PC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7.6%를 기록했다. 2년전 델의 점유율은 3.1%였다.
델의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공략은 델 CEO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델 CEO는 이번달 초 인도로 날아가 6년래 최대 규모의 모델 업그레이드 행사를 진행했다.
델은 27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20여개 신흥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할 4개의 신규 PC모델을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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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마이클 델이 인도 암린더 싱 펀자브주 총리와 콜센터 개관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
이같은 공격적인 경영에 대해 주식시장은 델의 주가 상승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델의 주가는 4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이는 같은 기간 2% 내외의 상승에 머물고 있는 HP를 크게 제친 것이다.
프리드먼, 빌링스, 렘지의 클레이 섬너 애널리스트는 "델의 주가가 20달러에서 25달러로 상승한 것은 회사에 대한 믿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델이 이머징마켓 뿐만 아니라 글로벌 판매에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온라인 직접 판매 이외에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UBS의 벤자민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델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트 설리반의 디니엘 롱필드 애널리스트 역시 "마켓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채널만이 아닌 다양한 세일즈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델은 2006년 5월부터 1만3000여개의 판매점을 확보했으며 중국에는 3500여개의 판매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