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진들의 주식투자 성적은 어떨까. 세계 금융계를 호령하는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이라면 당연히 주식투자를 통해서도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월가 CEO들 역시 투자 성적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3분기 월가의 증권사와 대형은행 등 금융기관 CEO들 역시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등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라디언드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02년 3분기 이후 지난해 월가 CEO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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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존 테인 메릴린치 CEO는 115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
그라디언트는 시장가치 10억달러 이상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기업 경영진의 주식투자 결과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금융기관의 내부 인력은 물론 최고경영진들조차 신용위기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CEO들이 자사 주가 전망을 밝게 내다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제로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보다 매도 규모가 컸다는 사실도 특징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라디언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달러를 기준으로 금융기관 내부 인력이 매입한 주식 규모가 매도 규모의 1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진도 외면하는 주식을 투자자들이 살 이유는 없는 법. CEO를 비롯해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투자자들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와코비아로 이직한 로버트 스틸 CEO는 1600만달러(약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JP모간체이스의 제임스 디몬 CEO는 2000년 3월 취임 당시 5700만달러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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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메릴린치 주가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메릴린치의 존 테인 CEO는 85억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 사업의 일환으로 1150만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급격히 바뀌고 있다. 지난달 금융기관 경영진들은 22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도하고 3000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후 매입 규모는 1200만달러에 그친 반면 매도는 매입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1억1500만달러에 달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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