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자금 운용수익을 은행에 배분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 5700억원을 부실채권정리기금에 출연한 대가로 올 연말부터 1조6000억원대 수익을 배분 받게 된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채권 발행과 은행 출연금, 산업은행 차입금 등으로 총 21조6000억원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조성했으며 조성기금과 회수자금 17조7000억원을 포함해 총 39조6000억원으로 금융기관 부실채권 111조2000억원을 인수했다.
이 기금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자금회수가 원활히 이루어지면서 9조원의 잉여금이 발생했으며 금융기관과 정부가 출연금 비율에 따라 이익을 챙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최대 수혜자인 은행들이 기금 출연의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비롯한 공적자금은 주로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인수했으며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를 근거로 작년 10월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배분에서 금융기관을 제외하고 잉여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 금융소외자를 지원하는 신용회복기금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민 혈세로 조성해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준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발생한 이익을 은행에 배분할 것이 아니라 서민을 위해 써야한다며 지난달 말부터 인터넷 포털인 다음 아고라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 의원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으로 입법 발의를 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상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잉여금을 출연금 비율에 따라 배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용회복기금 조성을 위해 국책은행 잉여금 중 2000억원을 출연받을 예정이며 민간은행이 5000억원을 출연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아직 기금 수익을 돌려받지도 못했고 신용회복기금과 관련해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바도 없어서 입장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기금 출연의 대가로 돌려받아야 하는 돈을 국고로 환수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으며 신용회복기금 출연 문제는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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