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바이백(Buy-backs)' 열풍이 불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매입 규모가 전년 대비 3배 늘어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아시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현금 보유량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주가 부양의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36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에는 13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아시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열풍은 유럽, 미국과는 상반된 것이다. 올들어 전세계 자사주 매입 규모는 30%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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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아시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홍콩증권거래소 전경> |
미국 기업들이 2090억달러의 자사주를 사들여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45% 감소한 것이다.
신용위기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자사주 매입 역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의 폴 슐트 아시아 주식 부문 투자전략가는 "많은 아시아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늘고 있다"면서 "순이익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45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아시아 기업들이 자금을 집행하지 않고 보유량을 키우고 있는 것은 역시 미국발 신용위기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시아 주요국의 인플레가 10여년래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것은 자사주 보유를 늘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 자사주 매입 열풍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들어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5%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민은행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포스코 역시 자사주 매입을 위한 '최적의 시기'를 찾고 있는 중이다.
KT가 73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삼성전자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정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19개 기업 역시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