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통화량 증가율이 15%를 넘어서는 등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유동성 증가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수신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어 유동성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통화 및 유동성지표 동향'에 따르면 결제성 예금, 현금 통화,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으로 이뤄진 광의통화(M2)는 전년 동월 대비 15.1% 증가했다.
M2 증가율은 지난해 말 11%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 들어 1월 12.5%, 2월 13.4%, 3월 13.9%, 4월 14.9%, 5월 15.8%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제성 금융상품만으로 이뤄진 협의통화는 전월 대비 1.0% 증가했고 2년 이상 예·적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LF) 증가율은 12.7%로 전월(13.1%)보다 소폭 둔화됐다.
김화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고물가 여파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시중 유동성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지면 물가는 더욱 올라가게 마련"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돈줄을 옥죄기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증가세는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수신 증가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은은 7월 은행권 수신 증가액은 1조2000억원으로 전월의 5조3000억원에 비해 4조1000억원 가량 급감했다.
기업들의 부가가치세 납부 등의 영향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서 5조6000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대출은 기업대출을 중시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전월 7조6000억원에서 7월에는 8조6000억원으로 1조원 가량 늘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3조원에 달해 전월의 1조4000억원보다 2배 이상, 전년 동월(6000억원) 대비로는 5배 가량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전월 1조3000억원에서 7월에는 2조4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가세 납부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고유가 및 경기침체 여파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은행권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7월 M2 증가율도 14%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