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림픽 기간을 전후로 우려되는 환경, 에너지, 테러 등의 문제에 대비한 중국 정부의 각종 조치들은 전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환경오염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공장 굴뚝을 막고, 에너지 부족 사태에 대비해 공장의 전원을 끊는 한편,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줄였다. 또, 시장(西藏) 티벳(藏)족과 신장(新疆) 웨이우얼(維吾爾)족 독립주의자들의 테러에 대비해 액체화학물질 등 위험물 수송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화학, 철강 등 원료산업은 물론, 화물을 운송하는 해운시장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연료유·전력공급 부족으로 석유화학 시황 ´요동´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에 있어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연료 소비는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개최기간 중 환경, 전력소비 규제를 받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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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연료용 석유제품 부족에 대비, 국유 석유업체들에게 생산량을 늘릴 것을 주문했고, 시노펙(SINOPEC)과 페트로차이나(Petro China) 등 국유 석유업체들은 산하 정유공장에서 경유와 휘발유 생산비중을 높이고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생산량을 줄였다.
이에 따라 나프타를 원료로 가동되는 NCC(나프타분해설비)와 BTX(아로마틱설비) 공장들은 가동률을 10~20%가량 줄였고, 합성수지 등 다운스트림 생산량도 감소했다.
이같은 조치들은 한때 유가상승과 더불어 석유화학제품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달부터는 또 다른 요인이 감산 효과를 상쇄했다.
바로, 전력 공급 부족에 따른 석유화학 수요업체들의 가동 중단 및 감산이다.
올해 초 남부지방 폭설로 인한 전력생산 차질과 석탄가격 급등에 따른 화력발전 감소로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림픽 개최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고전력 소비 산업시설 가동 제한으로 이어졌다.
메인스타디움이 위치한 베이징(北京)은 물론, 축구와 해양스포츠 등이 분산 개최되는 칭다오(靑島), 친황다오(秦皇島), 선양(沈陽),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등 주요 도시와 인근 지역까지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22개 성과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등 31개 성급 행정구역 중 절반가량이 지난달부터 배급제에 들어갔으며, 칭다오와 선양시가 위치한 산둥(山東)성과 랴오닝(遼寧)성의 전기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지방정부는 올림픽 관련 시설에 전력을 우선 공급할 방침으로, 고전력 소비 산업시설에 대한 송전 제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중 휴무하고 주말에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공장 가동중단 사태는 합성수지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소비 감소로 이어졌고,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화학 제품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중국 쪽 수요마저 감소해 경착륙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규제로 철강업체 등 가동중단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베이징은 물론 주변 5개성의 대규모 오염물질 배출 공장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릴 것을 각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 환경보호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두 달간 금속·건자재 등 오염물질 배출업체에 대해 생산을 중지시켰고, 자원사용이 많은 공장에 대해서도 생산량을 대폭 감소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조치로, 150개 업체가 생산 중지 또는 감산에 들어갔고, 연간 조강생산량이 1천300여만t에 달하는 수도강철(首都鋼鐵)의 경우 용광로 4개 중 3개의 가동을 중단, 70% 감산에 돌입했다.
화학산업 분야에서는 칼슘카바이드 생산설비의 가동이 제한되면서 칼슘카바이드 가격이 상승, 칼슘카바이드를 원료로 하는 PVC 설비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위험물 운송제한, 석유화학 원료 수급 ´비상´
테러와 폭발사고에 대비한 위험물 운송제한도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칼슘카바이드와 같이 폭발성 위험이 큰 화학제품을 비롯, 대부분의 액체화학제품의 차량, 철도를 이용한 수송이 제한되면서 일부 화학업체들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유설비와 NCC, 합성수지 등의 생산시설이 일관화된 공장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외부로부터 탱크로리 등을 통해 원료를 공급받는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 포모사가 중국 닝보(寧波)에 건설한 PP(폴리프로필렌) 공장의 경우 NCC가 없는 단독 설비로, 액체 화학제품인 프로필렌 공급 차질에 따라 최근 가동률을 60% 이하로 낮췄다.
이 설비는 대만 마이랴오(麥寮)에 위치한 자사 NCC로부터 프로필렌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축구 등 일부 종목이 개최되는 상하이 인근 닝보에 위치해 있어 항만을 통해 들여온 프로필렌을 공장까지 들여오는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멈추니 화물도 줄어…해운업게 ´울상´
´굴뚝산업´과 무관한 해운업계 역시 베이징올림픽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춰 섰으니, 중국을 오가는 막대한 규모의 화물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국내 해운업계에 따르면, 구주항로, 북미항로를 비롯한 항로별 물동량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소석률도 줄어 운임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올림픽을 맞아 중국을 오가는 막대한 인원과 함께 물동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해운업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특수´에 울상을 짓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매년 휴가 시즌이 되면 당연히 물량이 어느 정도 감소해왔으나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올해는 올림픽으로 중국 내 공장 가동까지 중단됐기 때문에 적어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전반적인 물량 감소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