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사가 제공하는 '비상급유' 서비스를 금융감독원이 개입해 유료 전환키로 발표한 데에 대해 보험사와 금감원이 담합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험소비자연맹은 28일 무료로 제공되던 비상급유 서비스를 금감원이 나서서 유료로 전환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연행 보소연 사무국장은 "도덕적 해이 및 보험료 인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는 서비스 도입 취지를 무색케하는 것"이라며 "특히 금감원이 개입해 유료 전환 사실을 언론에 발표한 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비상급유 서비스를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9월 이후 신규 가입자와 보험계약 갱신 고객에게 기름값을 받고 비상급유를 제공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부터는 연료가 소진된 차량에 대해 소량의 연료를 무상 공급해 주는 비상급유 서비스가 유료화된다.
10개 손해보험사들은 과거 긴급출동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담합했다는 이유로 2002년 10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과 함께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긴급출동서비스는 유료로 전환됐으며 현재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2만5000원 내외의 특약 보험료를 내고 있다.
금감원 측은 유료 비상급유의 시행으로 이용 건수가 연간 32만건 정도로 줄게되며 약 57억원 가량의 보험금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비상급유 유료 전환에 앞서 손보사들과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금감원의 감독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권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령에 근거한 행정지도를 통해 사업자들의 담합을 부추기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나 금감원의 경우 행정지도를 했다기보다는 사업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여 법 적용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운전자에게 실비(원료비)를 부담토록 해 비상급유 서비스 남용사례를 방지하겠다"는 당시 언론 발표와 달리 "사업자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담합 논란에 대해서는 "사전에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기는 했으나 보험회사와 담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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