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투기 세력을 규제할 경우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에 출석한 전문가들이 투기 세력 억제에 성공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마켓워치가 24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에너지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투기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마스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마스터스 대표는 하원 증언에 나서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135달러선에서 65~75달러선으로 하락해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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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세력을 억제하면 유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중동 유전 모습. |
그는 "선물시장에는 두 가지 유형의 투기가 있다"면서 "전통적인 투기 세력은 헤지를 필요로 한다"면서 "반면 인덱스 투기 세력은 포트폴리오에서 상품 선물의 비율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펜하이머의 페델 가이트와 에너지 시큐리티 애널리시스의 에드워드 크래펠스, PFC 에너지 컨설턴트의 로저 디완 역시 마스터스의 주장에 입장을 같이 했다.
크래팰스는 "펀드매니저들이 에너지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정리한다면 유가는 한달 안에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트 역시 "국제유가에는 투기 세력이 참여하면서 인플레가 끼었다"면서 "최근 유가의 강세는 시장의 펀더멘털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급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유가는 60달러선에서 거래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글로벌 인플레 압력으로 대두되자 일각에서는 투기 세력을 억제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주축으로 미국 의회는 원유 선물 투기로 유가가 급등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물시장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CFTC는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 선물 거래의 71%가 투기 성향의 트레이더에 의한 것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CFTC에 따르면 헤지를 위한 선물 거래는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통상위원회의 존 딩겔 위원장은 "에너지 시장에서의 투기가 이제는 성장 산업이 됐다"면서 "정부가 개입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탐욕스러운 투기 세력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딩겔 위원장은 지난 11일 에너지부에 투기세력의 역할을 포함하는 에너지 가격 실상을 파악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한 바 있다.
에너지통상위는 선물시장에서 지수 투기를 막기 위해 증거금을 확대하고 포지션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연기금과 투자은행이 상품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시장에는 이같은 투기 세력 단속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투기 세력이 유가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자본주의 시장의 기본인 시장의 자율성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런던 ICE 선물유럽의 밥 레이드 회장은 "런던에서 거래되는 선물은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아니다"라고 말해 선물시장의 움직임이 유가 급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라이언 오일 & 가스 파트너스의 닐 라이언 매니저는 "의회가 투기 거래를 규제할 경우 투기 세력은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투기 세력은 자본주의의 뿌리와도 같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거래소에서 투기 세력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들은 전자거래나 장외시장을 공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제유가는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7월부터 하루 20만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수급 악화를 개선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38달러(1%) 오른 136.74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0.99달러 오른 배럴당 136.24달러로 마감했다.
전일 사우디의 경제 수도 제다에서 열린 원유 생산ㆍ소비국 회의에서 사우디가 5월부터 하루 30만 배럴을 증산한데 이어 7월부터 20만배럴을 증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지정학적 우려가 수급 악화 우려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무장세력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이 로열더시셸의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나이지리아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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