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층 카드발급 급증…제2 카드대란 조짐 '솔솔'

2008-06-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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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물가에 생활자금 충당 목적 연체율 상승 우려, 가계 파탄날 수도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저신용층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2의 카드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신용층 대부분이 카드를 생활자금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어 고물가와 내수위축이 지속될 경우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신용평가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감소세를 보이던 카드 신규 발급 건수는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신용층의 카드 발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 들어 카드를 신규 발급 받은 고객 중 신용 1등급 소지자는 73만5629명으로 전분기 대비 5.5%(4만2580명) 줄어들었다.

반면 3등급은 45만9206명으로 전분기 대비 8.2%(3만4845명) 증가했으며 5등급의 경우 41만2071명으로 전분기보다 15.3%(5만4759명) 급증했다.

이와 함께 카드 발급이 사실상 어려운 8등급 이하의 카드 발급 건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등급의 경우 3339명이 신규로 카드를 발급받아 전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저신용층의 카드 발급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족한 생활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9%를 기록한 반면 올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전분기 대비 1.4% 줄어들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고물가가 장기화할 경우 카드대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기 어려워 연체율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모집인 모집에 열을 올리는 등 카드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여러 개의 카드를 중복해 가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올 1분기의 경우 1인당 8~11개의 카드를 소지한 고객은 전분기 대비 11.7% 증가했으며 12개 이상 사용자는 무려 20.7%나 늘어났다"며 "4~7개는 4.6%, 2~3개는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카드가 동시에 부실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진 미국의 경우 오토론과 카드론 등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무리한 카드 발급을 묵인할 경우 가계 부채가 증가해 지난 2002년과 같은 카드대란이 올 수도 있다"며 "카드사들도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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