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자로 고통받고 있는 대부업체 고객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 방안이 또 하나의 금융소외자 지원책인 환승론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연체 대출금을 부실채권 형태로 사들여 채무를 재조정하는 등의 지원 방안을 연내 시행키로 하면서 채무자들이 환승론으로 갈아타기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승론은 첫 출시된 지난해 5월 1265건의 신청 건수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350건에 그치면서 일년새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신청금액도 지난해 6월 5억8838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지난달에는 7122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환승론은 높은 이자율 때문에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고금리 대부업체에서 제2금융권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환승론은 출시 당시 금융소외자를 구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부업체 간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환승론을 염두에 두지 않은 대부업체 채무자 지원 방안을 쏟아내면서 출시된 지 일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로부터 연체자의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으로 사들여 연체자의 채무를 재조정하고 불법 사금융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외자 지원 방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무리한 채무 원금과 이자를 감면하고 금감원의 직권조사 등을 통해 불법 대부업체를 단속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대부업체 채무자 128만명(추정치)이 이번 지원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도 높은 지원책을 시행키로 하면서 채무자들은 환승론으로 갈아타기보다는 일단 지켜보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승론에 대해 보증을 서고 있는 한국이지론 관계자는 "금융소외자 지원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환승론 신청률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신청한 고객들도 진행 속도를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일관성을 상실하고 서로 상충되는 정책들을 백화점처럼 쏟아내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있어도 빚이 줄어들 판에 굳이 이자를 내면서 환승론으로 갈아탈 고객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환승론 실적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관련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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