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6월7일은 삼성그룹의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날이었다.
취임 6년째를 맞은 이건희 회장은 이날 200여명의 그룹 핵심경영진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모이게 하고 그룹 경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나부터의 변화’를 역설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질(質) 중시 신(新) 경영으로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구호로 요약될 수 있는 신경영 전략이 실행 모드에 들어간 지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은 중저가 제품 생산업체에서 세계적 표준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 삼성특검과 위기 = `신경영'을 발판으로 쾌속성장을 구가하던 삼성은 지난해 10월 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부정.비리 의혹 폭로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의 소환에 이어 이 회장 본인까지 특검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전례없는 진통을 겪었다. 신경영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소유구조와 경영권 승계의 문제점, 비리의혹으로 이어진 낡은 관행 등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회장은 마침내 지난 4월22일 자신이 퇴진하고 아들인 이재용 전무 CCO(최고 고객 책임자)가 보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골자로 한 삼성그룹 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신경영의 미래 =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엔진이었던 `신경영'은 새 도전을 맞고 있다.
당분간 삼성호(號)의 마스트에 세워질 깃발 역시 신경영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창조경영'이 될 전망이다.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 지난달 20일 취임사를 통해 "스피드와 효율 중심의 경영혁신을 기반으로 창조경영을 확대, 발전시켜 삼성전자를 21세기의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 부회장이 창조경영의 핵심내용으로 인재 확보, 조직문화 혁신, 기술 준비경영, 신수종 사업의 발굴 확대, 시장.고객가치 중시, 정도.준법 경영 등을 제시하면서 미래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서도 삼성의 향후 행보를 점쳐볼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