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실용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씀씀이는 기존에 쓰던 제품을 ‘좀 더 쓰고’ ‘지출 줄이고’ ‘대체품 쓰자’는 선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4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내수기준으로 올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의 판매는 증가하고, 고가의 제품은 판매가 주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PC·노트북·전기밥솥·진공청소기 ‘좀 더 쓰자’=국내 중소기업의 PC(개인용컴퓨터)와 휴대용컴퓨터 내수는 2005년 1월 이후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PC는 2005년 1월 내수 규모가 1577억 500만원이었지만, 2006년1월 1221억 500만원으로 줄었다. 또 작년1월에는 1167억 1000만원대까지 감소했고,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됐다.
올해 1월에는 982억 3800만원이 국내에서 판매됐고 4월에는 74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PC 매출 감소는 대체상품인 휴대용컴퓨터의 매출에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 해 소비자들은 PC사용주기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휴대용컴퓨터는 2005년 1월 477억 6200만원어치가 팔렸으나 2006년 1월 244억 1900만 원, 2007년1월 131억 39만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감소추세는 올 1월 134억 100만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4월에는 2005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최저치인 13억 8600만 원대에 그쳤다.
전기밥솥과 전기청소기 등 가정필수품에 대한 내수규모도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밥솥은 2005년 이후 매년 1∼4월까지 추세를 보면 매달 21만∼27만대 사이의 매출을 보였지만 올 4월에는 19만 1012대까지 떨어졌다.
월간 전기밥솥 판매량이 2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7월과 8월 이후 처음이며, 4월 기준으로는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집안청소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전기청소기 또한 매달 20만대 이상 팔렸지만, 올해 2월과 4월 각각 19만9058대, 19만1929대로 20만대를 밑돌았다. 이 또한 4월 기준 2005년 이후 최저치다.
◆분유·아이스크림·껌 ‘지출 줄이자’=분유와 아이스크림, 껌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 소비성 제품에 대한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분유의 감소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부모들이 ‘모유수유(母乳授乳)’를 촉진시키는 작용까지 하고 있다. 모유가 아이에게 건강하다고는 하지만, 자발적이 아닌 물가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분유 내수규모를 매년 4월 기준으로 보면 2005년 1875t에서 2006년 1863t 2007년 2037t으로 상승했으나, 올해 4월에는 1578t으로 2005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아이들과 성인들이 영양식 형식으로 마시는 유산균발효유에 대한 내수규모도 2005년 4월 5만1307㎘에서 2006년 4월 5만3125㎘를 기록한 이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유산균발효유는 2007년 4월 5만924㎘로 낮아졌고, 올해 4월에는 4만6804㎘까지 떨어졌다.
아이스크림과 껌 등 꼭 소비해야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매출도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2005년 1월 1만4357t에서 같은 해 4월 3만776t으로 높아졌지만, 올해 4월에는 2만8261t으로 줄었다. 껌 또한 2005년 1월 2005년 4월 1480(M/T)의 매출이 올해 4월 1만2851(M/T)으로 낮아졌다.
◆휴대전화·룸에어컨 ‘대체품 쓰자’
유선전화와 MP3, 시계 기능을 합친 휴대전화와 가스오븐대신 가스레인지를 구매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등 대체품에 대한 내수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휴대전화는 MP3플레이어를 비롯 일반전화기, 휴대용시계에 이르기까지 대체품으로서 활용도가 높다.
휴대전화 판매대수는 2005년 1월 139만 4283대에서 올해 1월에는 208만 2741대까지 늘었고, 4월에는 271만 815대까지 급증했다.
반면 일반전화기의 내수판매량은 2005년 1월 17만8447대에서 올해 4월 4만 2003대로 줄었고, MP3플레이어도 2005년 1월 5만 4069대에서 올해 4월 2만 7526대까지 축소됐다.
휴대용시계 또한 휴대전화로 인해 4년 새 매출액이 60% 수준까지 낮아졌다.
휴대용시계시장의 내수규모는 2005년 4월 10만 4322개에서 올해 4월 6만 4848개에 그쳤다.
주방기기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레인지도 원자재가격 상승과 고유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저가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스오븐레인지 내수물량은 2005년 1월 1만6684대를 시작으로 2005년 5월 2만3139대로 상승한 이후 월평균 2만대 안팎의 판매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2만대 밑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스레인지는 2006년까지 매월 12만∼13만대선을 유지하다가 작년부터 내수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올 4월 16만 2550대가 팔리면서 동월기준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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