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약달러 좌시 않겠다"...달러 추세 전환?

2008-06-0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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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수장으로 이례적 강경 발언 美경제, 장기 전망은 밝아

미국 중앙은행 수장의 말 한마디에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약달러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혀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연출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통화 컨퍼런스에서 위성을 통한 연설을 통해 "달러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과 인플레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면서 "연준은 재무부와 함께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설명: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이례적으로 달러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사진은 최근 의회 증언에 나선 버냉키 의장 모습>
버냉키 의장은 이와 함께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현재의 금리 정책이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을 이끌만큼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달러 가치 직접 언급...이례적=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중앙은행 책임자로서 달러 가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했다는 의미에서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외환 투자전략가는 "나는 연준 의장이 그처럼 달러에 대해 강력한 발언을 내놓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연준이 달러 약세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리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해 외환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0.44% 상승하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1.5467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는 엔에 대해서도 올랐다. 달러/엔 환율은 0.43% 올라 104.88엔으로 거래됐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상품시장은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거론되는 금 가격은 온스당 1.3% 하락한 879.6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역시 3% 가까이 하락하면서 124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나드는 등 상품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를 거래할 때 사용하는 달러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인플레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연준 금리동결 확실시...이르면 10월 금리인상할 듯=전문가들은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한동안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달러 약세가 지속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로버트 아이젠바이스 전 애틀란타준비은행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버냉키의 발언은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달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달러 가치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달러 가치 역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웨스트팩뱅킹의 리차드 프라눌로비치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달러에 긍정적"이라면서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달러 가치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는 지난 4월22일 유로/달러가 1.6019달러까지 치솟으며 유로에 대해 최저치로 추락한 이후 현재 3.5% 반등한 상태다.

블룸버그가 4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연말 유로/달러는 1.49달러까지 하락하고 달러/엔은 105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유로/달러 1년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美 경제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버냉키 의장은 현재 경제 상황은 불안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망이 밝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버냉키 의장은 금융시장 환경이 여전히 불안하고 소비자들은 ▲집값 하락 ▲고용시장 위축 ▲유가 고공행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경제성장이 둔화될 위험이 남아있다면서 최근 유가 상승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2분기 경제성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하반기에는 경제성장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연준의 전통적인 임무를 통해 달러를 강하고 안정적인 통화로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차기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이르면 10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신용위기가 본격화된 9월부터 7개월동안 총 7회에 걸쳐 3.25%포인트에 달하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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