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선아씨와의 인터뷰

2008-06-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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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계속하기위해 감수할 부분 있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프레이저스위츠 호텔에서 만난 배우 김선아의 얼굴에는 '피곤'이라는 두 글자가 진하게 쓰여 있었다.

각종 매체 인터뷰와 TV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 등 영화 '걸스카우트' 홍보를 도맡다보니 눈코 뜰새가 없다. 이날도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의 지방 촬영 도중 잠깐 짬을 내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는 다시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목이 퉁퉁 부어 말하는 중간중간 목소기가 잠겼지만 이내 가다듬고 어떤 질문에도 단답형이 아닌 길고 서슴없는 답변을 내놨다.

가수 나훈아 괴소문 사건이나 예전 영화 제작사와의 소송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질문을 피했으나 그는 스스로 해명하고 스타의 삶에 따라붙는 고충을 털어놨다. 과연 프로였다.

다음은 '솔직한 선아씨'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25일 언론 시사에서 '걸스카우트' 완성본을 처음 봤겠다. 느낌이 어땠나.

▲좋았다.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다. 예상했던 것 보다 극의 전개가 빨라 편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미경을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철없던 시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30대 초반이 됐다.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철이 들려고 할 때 계주에게 돈을 떼이는 사건에 휘말린다. (김상만)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남편에게 연민과 정은 남아 있지만 돈 때문에 헤어진 상태라고 생각했다. 아직 완숙하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자로서, 가장으로서 다시 시작하려는 출발선에 있는 여자다.

--캐릭터 자체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김선아 씨가 연기했기 때문인지 성숙하고 절절해 보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등 삶에 대처하는 자세가 미숙하다는 거다. 리더십이 있는 여자라 다른 사람들(나문희, 이경실, 고준희)을 이끌고 직접 해결에 나선 거다. 미경이 30대 후반이었다면 다른 식으로 해결하지 않았을까.

--캐릭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연구라기보다는 감독님과 오래, 6~7개월 동안 대화했다. 감독님이 내 작품은 많이 봤겠지만 김선아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나. 나에 대해 잘 안다면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테고, 나 역시 감독님을 잘 알아야 촬영 때 잘 대처할 수 있을 테고. 이번 영화는 특히 준비를 많이 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특기였던 애드리브가 거의 없다.

▲일부러 하지 않았다. 장면 장면을 충분히 준비해야 다음 상황에서 막힘 없이 술술술 풀리는 영화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난동을 벌이는 이야기인데 애드리브가 많으면 영화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여자들만 많은 촬영 현장은 처음인데.

▲남자가 없으니 재미 없었지, 뭐(웃음). 느낌이 많이 달랐다. 고준희 씨 빼고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동네 언니, 이모, 엄마와 함께 있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회식이 적은 영화도 처음이었고(웃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성공 이후 첫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나.

▲없다.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김삼순'이 잘 됐으니 이번 영화도 꼭 잘 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하반기에 한국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을 시작하지 않나. 그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있다. 코미디 장르라 그런지 영화평이 내 생각보다는 좋지 않아 아쉽지만…. 그것도 그렇다. 코미디라고 얕게 봐서는 안 된다. 호흡, 감정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조절돼야 하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더 어려운 장르다.

--'쿵푸 팬더',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외화들과 경쟁한다.

▲씁쓸한 마음은 있다. 할리우드는 제작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 것도 부러운데 마케팅이나 스크린 수 면에서 한국영화라서 밀리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지 않나. 전작 '몽정기', '위대한 유산' 때도 상황은 좋지 않았는데 관객을 꾸준히 모은 적이 있다.

--성격이 솔직해서 더 힘들 수 있는 직업이다. 어려움도 많고 언론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계속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좀 그렇다. 내가 언론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다만 (영화 홍보) 처음에 힘이 빠졌던 부분이 있었다. 열심히 영화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 나중에 기사를 보면 영화와 관련 없이 '쉬는 동안 도대체 뭘 했나'라는 것만 이슈화가 됐으니까. 성격상 크게 신경은 안 쓴다. 왜 하지도 않은 얘기를 썼느냐고 기자에게 직접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황에 있는데 카메라 앞이라는 이유로 웃어야 할 때는 너무 힘들다. 나 역시 사람이니까 감정을 감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 직업이 몇 배 더 힘든 것뿐이지 어떤 사람에게나 그런 상황은 닥치는 것 아닌가.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나오는 여자 영화인데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봐 주셨으면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자 버전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스케일도 크고 볼 거리가 많다. 영화 속 여자들을 따라 마음껏 달리다 보면 도착했을 때 속 시원한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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