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프레이저스위츠 호텔에서 만난 배우 김선아의 얼굴에는 '피곤'이라는 두 글자가 진하게 쓰여 있었다.
각종 매체 인터뷰와 TV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 등 영화 '걸스카우트' 홍보를 도맡다보니 눈코 뜰새가 없다. 이날도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의 지방 촬영 도중 잠깐 짬을 내 올라왔다고 했다.
가수 나훈아 괴소문 사건이나 예전 영화 제작사와의 소송전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질문을 피했으나 그는 스스로 해명하고 스타의 삶에 따라붙는 고충을 털어놨다. 과연 프로였다.
다음은 '솔직한 선아씨'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25일 언론 시사에서 '걸스카우트' 완성본을 처음 봤겠다. 느낌이 어땠나.
▲좋았다. 시나리오보다 잘 나온 것 같다. 예상했던 것 보다 극의 전개가 빨라 편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미경을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철없던 시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30대 초반이 됐다.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철이 들려고 할 때 계주에게 돈을 떼이는 사건에 휘말린다. (김상만)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남편에게 연민과 정은 남아 있지만 돈 때문에 헤어진 상태라고 생각했다. 아직 완숙하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여자로서, 가장으로서 다시 시작하려는 출발선에 있는 여자다.
--캐릭터 자체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김선아 씨가 연기했기 때문인지 성숙하고 절절해 보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등 삶에 대처하는 자세가 미숙하다는 거다. 리더십이 있는 여자라 다른 사람들(나문희, 이경실, 고준희)을 이끌고 직접 해결에 나선 거다. 미경이 30대 후반이었다면 다른 식으로 해결하지 않았을까.
--캐릭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연구라기보다는 감독님과 오래, 6~7개월 동안 대화했다. 감독님이 내 작품은 많이 봤겠지만 김선아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나. 나에 대해 잘 안다면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테고, 나 역시 감독님을 잘 알아야 촬영 때 잘 대처할 수 있을 테고. 이번 영화는 특히 준비를 많이 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특기였던 애드리브가 거의 없다.
▲일부러 하지 않았다. 장면 장면을 충분히 준비해야 다음 상황에서 막힘 없이 술술술 풀리는 영화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난동을 벌이는 이야기인데 애드리브가 많으면 영화가 산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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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많은 촬영 현장은 처음인데.
▲남자가 없으니 재미 없었지, 뭐(웃음). 느낌이 많이 달랐다. 고준희 씨 빼고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동네 언니, 이모, 엄마와 함께 있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회식이 적은 영화도 처음이었고(웃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성공 이후 첫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나.
▲없다.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김삼순'이 잘 됐으니 이번 영화도 꼭 잘 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하반기에 한국영화가 본격적으로 개봉을 시작하지 않나. 그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있다. 코미디 장르라 그런지 영화평이 내 생각보다는 좋지 않아 아쉽지만…. 그것도 그렇다. 코미디라고 얕게 봐서는 안 된다. 호흡, 감정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조절돼야 하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더 어려운 장르다.
--'쿵푸 팬더',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외화들과 경쟁한다.
▲씁쓸한 마음은 있다. 할리우드는 제작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 것도 부러운데 마케팅이나 스크린 수 면에서 한국영화라서 밀리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맵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지 않나. 전작 '몽정기', '위대한 유산' 때도 상황은 좋지 않았는데 관객을 꾸준히 모은 적이 있다.
--성격이 솔직해서 더 힘들 수 있는 직업이다. 어려움도 많고 언론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계속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좀 그렇다. 내가 언론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 다만 (영화 홍보) 처음에 힘이 빠졌던 부분이 있었다. 열심히 영화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 나중에 기사를 보면 영화와 관련 없이 '쉬는 동안 도대체 뭘 했나'라는 것만 이슈화가 됐으니까. 성격상 크게 신경은 안 쓴다. 왜 하지도 않은 얘기를 썼느냐고 기자에게 직접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황에 있는데 카메라 앞이라는 이유로 웃어야 할 때는 너무 힘들다. 나 역시 사람이니까 감정을 감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 직업이 몇 배 더 힘든 것뿐이지 어떤 사람에게나 그런 상황은 닥치는 것 아닌가.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나오는 여자 영화인데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봐 주셨으면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자 버전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스케일도 크고 볼 거리가 많다. 영화 속 여자들을 따라 마음껏 달리다 보면 도착했을 때 속 시원한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