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증권사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연동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결제계좌 유치를 둘러싸고 또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권사와 신용카드사간 제휴를 통해 증권사에서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에서 발급하는 CMA를 카드대금 결제 계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은행 고객을 끌어올 수 있고 신용카드사들은 증권사 객장에서 카드 발급이 가능해 신규 회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며 "고객들은 금융 편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방안이 발표되면서 증권사와 신용카드사들의 물밑 접촉도 강화되고 있다. 현재 10개 증권사와 체크카드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카드는 이들 증권사들과 접촉해 신용카드까지 제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들은 삼성증권과 HMC투자증권 등 계열 증권사 계좌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전날 관련 보고서를 통해 "CMA계좌에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됨에 따라 지급 결제 기능이 부여된 증권계좌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증권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은행 고객들의 대이동이 예상되면서 은행권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은행권 수익의 양대산맥이던 신용카드 결제계좌와 월급 결제계좌를 놓고 증권업계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 CMA로의 급여이체는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가능한데, 내년부터 은행을 거치지 않고 급여이체 뿐아니라 신용카드 결제까지 가능해져 폭발력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처음 금융거래를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증권사에 계좌를 틀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권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등 미래고객 확보에 열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은행 계좌 고객들의 이동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CMA 열풍을 통해 상당수 고객들이 이미 증권사 CMA로 옮긴 데다 은행들도 고금리 보통예금으로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평균 잔액 100만원 이하의 예금에도 연 4%의 금리를 제공하는 국민은행의 `KB스타트 통장'은 출시 4개월 만에 42만 계좌를 유치하며 인기몰이 중이며 우리은행의 `우리 AMA 통장'도 출시 8개월 만에 47만명이 가입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 수신 담당자는 "은행은 증권사보다 지점이 많아 거래가 편리한데다 주거래 고객일 경우 대출,예금 금리 등 다양한 금융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깐깐한 금융 소비자들도 이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