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달러도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달러 가치가 유가 강세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2일 아시아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5791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58달러를 돌파하며 달러 약세를 여실히 반영했다. 이로써 달러는 유로에 대해 3일 연속 약세를 지속한 셈이 됐다.
달러는 엔에 대해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달러/엔 환율은 102.74엔을 기록했다. 전일에는 103엔대에서 거래된 바 있다.
달러는 그 밖의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달러는 호주 달러에 대해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호주 달러 가치는 달러 대비 올들어 9.6%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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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영국 파운드와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도 달러는 고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 수록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반대로 달러/엔 환율은 달러 가치를 엔화로 평가해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가의 사상 최고 행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지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한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우메모토 토루 수석 외환 투자전략가는 "미국 경제는 유가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메모토 전략가는 "1개월 뒤 유로/달러 환율이 1.59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면서 "달러/엔은 101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3.0%에서 0.3~1.2%로 끌어 내린 것도 달러에 대한 팔자주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가 상승은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유로에 대해 각각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유가로 미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는 반면 유럽에는 인플레를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면서 유로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읻.
CMC마켓의 아쉬라프 라이디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ECB의 매파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유로의 강세 이유"라고 밝혔다.
ABN암로의 더스틴 라이드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 역시 라이디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동참했다. 그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유로/달러 환율이 지난 4월22일 기록한 1.6019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유가의 움직임과 달러는 민감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와 유로/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지난해 0.95%에 육박했다. 이는 유가가 상승할 때 유로/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95%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