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 대출 이자감소 효과 '글쎄'

2008-05-2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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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 가산금리 부과돼 금리인하 효과 반감

최근 은행들이 금리상한선을 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지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 국면을 보이면서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금리상한 설정시 최고 0.6%포인트에 이르는 가산금리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에서 판매 중인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잔액과 가입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가입 당시 이자 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어 시중금리가 올라도 대출금리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은행권 최초로 금리상한형 대출을 판매하기 시작한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은 20일 현재 대출금 잔액 1조5000억원, 가입건수 1만3200건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상한형 대출을 판매 중인 우리 기업 외환은행과 농협 등 다른 은행들도 짧은 기간 내에 대출금 잔액과 가입건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낭패를 봤던 대출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면서 멋모르고 금리상한형 대출에 가입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

우선 경기 둔화세가 완연한 가운데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 같이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말 전 세계를 강타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와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최근 국내 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에 정책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대출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등 시중금리도 동반 하락하게 돼 금리상한선을 설정하는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0.81%포인트 급등했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지난 1월 5.81%를 기록한 후 2월 5.28%, 3월 5.25%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D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도 지난 1월 7.02%로 고점을 찍은 후 2월 6.72%, 3월 6.70%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리상한선 설정시 부과되는 가산금리도 대출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외환은행이 판매 중인 '이자안심 모기지론'에 가입할 경우 연 6.04~7.22%(14일 기준)의 대출금리에 약정 기간별로 0.45~0.6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농협의 '금리안심론'은 약정 기간별로 0.3~0.3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부과되며 우리은행의 '금리안심파워론'은 대출금의 0.16~0.40%에 약정 기간을 곱한 금액 만큼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로 시중금리가 내려가도 금리상환형 대출에 가입한 대출자는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예컨데 1억원을 연 7.0% 금리에 10년 만기로 대출 받을 경우 연 평균 353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후 CD금리가 하락해 대출금리가 0.3%포인트 내려가면 연 평균 이자가 20만원 가량 줄어들지만 금리상한선을 설정해 0.3%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이자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불안 때문에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경기가 이대로 간다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며 "금리 하락기에 금리상한형 대출에 가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관계자는 "금리상한형 대출은 기존의 변동금리형, 고정금리형과 함께 대출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개발한 상품"이라며 "금리가 떨어지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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