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강세가 일본 기업들을 울리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주식회사 일본'의 세전이익이 올해 5.8% 감소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인용해 마켓워치가 19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내년 3월 마감하는 회계연도에 일본 기업들의 이익이 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1467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금융기관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혔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엔화의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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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
올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6%가 넘게 올랐다. 연초 110엔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주말 103엔대로 추락했다.
전체 기업 중 60%가 세전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고 30%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는 자동차업체와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빛을 바래게 됐다.
엔강세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업종의 대표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에 비해 14엔이나 낮은 것이다.
같은 상품을 팔아도 지난해에 비해 이익이 10% 이상 감소하는 셈인 것이다. 엔강세로 일본 자동차업종의 올해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요타는 엔강세로 인한 손실이 올해 6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혼다 역시 3030억엔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종이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입을 손실만 모두 1조5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도요타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9% 감소한 25조엔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29.5% 줄어든 1조6000억엔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예상이 맞는다면 도요타는 지난 1999년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게 된다.
철강업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엔강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주요 철강업체들은 자동차업체와 선박업체에 대한 공급가격을 30~40% 인상했지만 엔화 가치 상승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강세는 각각 다른 업종에 대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면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거래업체와 화학업종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미쓰비시를 비롯해 스미토모 케미컬 같은 기업들은 나프타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 이익이 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