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 절실
고유가와 함께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대기업과 하도급업체간 갈등심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여 왔던 하도급 업체들이 고유가로 인한 원자재가격 급등과 환율상승에 관한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대기업과 하도급업체가 공급단가 인상 문제로 갈등을 심화되고 있다.
납품중단을 처음 시작한 레미콘 업체들이 최근 건설사에 대한 납품공급을 재개했지만 자동차회사와 주물업계, 철강회사와 건설사, 정유사와 주유소, 항공사와 여행업계 등 업종간 갈등은 산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골판지포장(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 제관(제관공업협동조합), 연포장재(포장조합) 등 포장자재 3개 업종 대표는 지난 6일 대기업 납품가격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들 3개 업종 단체는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후유증이 우려돼 그동안 자제해 왔지만 원자재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수요처가 납품가를 올려주지 않아 한계상황으로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대기업이 납품가 인상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납품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주물업계를 시작으로 납품가 인상을 위한 중소기업들의 실력행사가 이어졌지만 상이한 업종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그 파장은 단일 업종의 실력 행사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최근 납품재개를 시작한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올 초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서울·수도권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는 집단행동을 벌였다.
레미콘 업계는 당시 “지난해 5월부터 시멘트 가격이 당 1만3000원 인상됐지만 레미콘 가격은 그대로”라며 건설업체에 12%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건설업체들은 공사 중단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지난달 말 레미콘 업계에 납품 가격을 8.7%를 올려주기로 했다.
대기업과 납품 단가 인상을 놓고 협상해 온 주물(鑄物)업계 역시 이달 초 지난 4월 납품 물량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결제해주지 않을 경우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납품 단가는 거래 대기업과 납품업체가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어서 이번 주물업계의 일방적인 단가 인상 통보는 이례적이다.
주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주원료인 고철이 20% 가까이 올랐다”며 “개별업체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을 벌였던 아스콘 업계 역시 현재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3월 28일 전국 9개 지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이사회 회의를 열고 전국 400여개 아스콘 회사 전체가 1일부터 생산과 납품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아스콘업계는 지역별로 10∼20%대의 조달청의 가격인상안을 받아들이며 입찰 재개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겉으로 표출된 일부 중소기업의 반발은 그리 크지 않다”며“향후 대기업의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적절한 납품단가 인상이 없다면 더 많은 업종에서의 하도급 업체들의 반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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