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최고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달러 돌파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물 가격은 배럴당 16센트 상승한 123.69달러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장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배럴당 124.57달러까지 올랐다.
유가 고공행진의 배경은 바로 수급 악화와 함께 달러 약세.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겼고 이는 다시 유가 상승을 이끄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 1년 추이 <출처: bigcharts>
유가 강세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려는 자금과 투기 자본이 상품시장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CB는 이날 정책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현행 4%로 동결했다. ECB는 이로써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6년래 최고치인 4%로 인상한 뒤 11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셈이 됐다.
쟝 끌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경기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유가 200달러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유가 200달러 진입'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원유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이날 미국-아랍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해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원유의 수급 상태는 균형을 맞추고 있다"면서 "수급 불균형이 유가 강세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말해 증산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켈릴 의장은 "원유재고는 현재 5년래 최대 수준"이라면서 원유 공급에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켈릴 의장의 이같은 발언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앞두고 증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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