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증가율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가운데 시중 유동성 증가폭도 갈수록 확대돼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여전히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각종 유동성 지표들이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잔)는 전년 동월 대비 13.9%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12월 14.1%를 기록한 후 최고치로 전월 증가율(13.4%)보다도 0.5%포인트나 상승했다.
2년 이상의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Lf)도 11.9%의 증가율을 기록해 전월의 11.6%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전체 광의유동성(L 말잔) 증가율은 12.9%로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장·단기 수신이 큰 폭으로 늘어난데다 기업 및 가계대출 잔액마저 증가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3월중 만기 2년 미만인 정기 예·적금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8조3000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고 2년 미만 금전신탁은 전월 2조2000억원 감소에서 3월에는 3조3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금융채 및 수익증권 등 2년 이상의 장기금융상품의 경우 전월에는 5조원 감소했으나 3월 들어서는 7조7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은 4월에도 은행권의 여·수신이 크게 늘어난 만큼 4월 유동성 증가율은 3월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최근 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각종 지표가 발표되면서 5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해 있었다.
친 정부 성향의 신임 금통위원 3명이 처음 참석하는 금통위라는 점도 이같은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세도 심상치 않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통위가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뉴스'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